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66) 직접 기른 토종닭집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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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탐방 66
직접 기른 토종닭집 ‘고향’
꼭꼭 숨은 식당
이 집은 파주에서 나의 첫 단골집이다. 프로방스 맛고을 지나 족히 1km쯤 가면 왼편에 “고향” 입간판이 보인다. 이 식당은 알고 가지 않으면 도저히 그냥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손님이 없을 듯하나 7년이나 이곳에서 식당을 잘하고 있다.
왜 이렇게 외진 곳에 식당을 열게 되셨냐고 물었다. “식당을 열 요량으로 파주에 왔는데 손님이 많으면, 내 깜량으로는 벅찰 것 같아서 어쩌다 오는 손님을 내 식구처럼 온 정성을 다해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뜻밖의 사장님 말씀에 단골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제철 반찬 가득한 밥상
이집 메뉴는 토종닭과 매운탕 두 가지이다. 주문하면 즉시 밭으로 가서 풋고추, 깻잎 따오고 바깥양반은 토종닭 잡고, 낚시해 온 민물고기 손질하여 매운탕 끓이고 밑반찬들 하나씩 내 오는데 어디서 이런 상을 받아볼지 꼭 시골 외할머니 댁에 온 기분이다.
봄에는 온갖 산나물 무침이 푸짐하다. 원추리, 민들레, 돌나물, 달래, 머위, 곰취, 둥글레, 홉잎, 두릅, 여름에는 양파무침, 호박전, 가지, 풋고추, 왕꼬들뺴기쌈, 깻잎, 묵은지, 지금은 콩잎장아찌, 고추부각, 노각무침, 늙은호박, 새우젓 찜, 고구마줄기나물 등의 제철 나물이 푸짐해 주인공인 토종 백숙을 잠시 잊을 정도이다. 그래서 채식하는 분들도 자주 온다. 그러면 직접 담근 장으로 된장찌게를 해주는데 그 맛도 훌륭하다. 메뉴로 넣자고 해도 그건아니라고 손사래친다. 닭은 백숙과 도리탕이 있다. 집에서 기르는 토종이다 보니 약간 질기다. 그러나 푹 고아서 쭉쭉 잘 찢어지고 씹을수록 맛있다.
매운탕은 낚시를 좋아하시는 남편분이 물고기를 조달하신다. 가끔 붕어철에는 단골소님에게 붕어찜 한다고 전화해주시니 그날은 초대받은 특별식 날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
이 집의 풍경은 내가 그리던 모습이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마당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있다. 맨드라미 꽃송이가 복수박 만하다. 장독대 근처엔 범의꼬리, 금계국, 옥잠화, 쎄이지가 한창이고 벌써 쑥부쟁이 보랏빛 꽃이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한다. 오른쪽 창을 열면 바로 논이다. 어느새 벼이삭이 고개 숙였다. 이제부터 따가운 햇살에 이삭은 점점 무거워져서 산들바람만 불어도 황금 파도로 물결칠 것이다.
참, 어느 해 가을 도토리가루로 부추 넣어 얇게 부친 약간 떨고 아린 맛 도는 도토리 부침개가 생각난다. 올 가을에도 염치없이 길숙자 사장님께 부탁해봐야겠다.
“한 접시 더 해주시면 안 돼요?”
파주시
예약문의 | 031-944-2665, 010-8570-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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