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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상상포럼>  기획하며 : 강(자연)과 함께 예술을 상상할 수 있는가?-백기영

입력 : 2024-11-18 06:36:54
수정 : 2024-11-18 07:03:16

<공릉천 상상포럼>  강(자연)과 함께 예술을 상상할 수 있는가?

 

 

 

 

 

 

 백기영(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몇 년 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23회 비엔날레는 강(자연)과 예술을 함께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예술감독을 맡았던 호세 로카(Jose Roca)는 콜롬비아 출신 기획자로 아마존강 유역에 있는 대안공간 ‘FLORA 아르스+나투라(Ars+Natura)’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콜롬비아의 아트라토강, 호주의 바카/ 달링강과 비라룽/야라강 그리고 브라마타강, 마르투와라강, 방글라데시의 보랄강, 에쿠아도르의 나포강과 빌카밤바강과 같이 총 8개의 강을 참여자로 초대한 것이다.

그들 중 콜롬비아의 '아트라토 강(Atrato River)'2016년 세계 최초로 물과 주변의 환경에 인격권을 부여받은 강이기도 했다. 이 판결은 강의 보호와 보존에 대한 권리를 지지하는 획기적인 판결이었다. 이와 같은 자연의 권리에 관한 투쟁은 2008년 에콰도르 헌법 제정과 2011년 볼리비아의 어머니 대지법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동물원에 갇힌 오랑우탄 산드라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했다. 2017년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160년간의 법적 투쟁을 통해서 황가누이 강의 법 인격을 획득했고 2018년 콜롬비아 내 아마존 지역의 법적 권리 인정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예술가, 시민단체, 국제환경기구의 연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전시에는 강을 둘러싼 역사와 환경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다각적인 의제와 실천 활동이 펼쳐졌다. 참여 주체로 초대된 강의 주민 그리고 법률 대리인들은 지구온난화 시대에 강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서 폭로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비엔날레가 환경문제를 공론화하는 성토의 장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그 대신에 강의 풍요로움과 강 유역에서 함께 살아온 인간의 오랜 문명의 찬란한 성과가 함께하는 자리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의 원주민,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호주 원주민들의 문화는 강과 함께 황폐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 원주민 문화를 강과 함께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이 비엔날레의 목표가 되었다, 특별히 호세 로카 감독이 시카고 아트 인스티 튜트에서 진행했던 <물의 직조자들 : 강에 관한 연대기 (Waterweavers: A Chronicle of Rivers)>와 같이 민속적인 전통공예를 현대미술과 결합한 실험은 비엔날레를 예술적으로 풍요롭게 했다.

그가 운영하는 대안공간 ‘FLORA 아르스+나투라(Ars+Natura)’에는 예술가, 식물학자, 기후학자, 해양학자, 광물학자들이 모여 기후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아마존의 숲은 빠른 속도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 조급한 여러 영역의 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이들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며 예술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있다. 남미의 자연과 생태를 종합적으로 연구해 유럽에 소개했던 알렉산더 훔볼트는 모든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구의 순환 생태계에서 어떤 자연()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공릉 천에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상상하고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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