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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맛집탐방 (17)  정통 훈제돼지고기 만드는 수향농장

입력 : 2020-05-10 13:23:40
수정 : 2020-05-11 01:56:23

시민릴레이 맛집탐방 (17) 

정통 훈제돼지고기 만드는 수향농장

- 지극한 정성으로 빚은 최고의 맛

"이제부터 돼지고기는 훈제다"

 

 

▲ 수향농장  채정우대표가 본인이 개발한 특제 소스를 바르고 있다.


오늘 맛본 훈제돼지고기는 처음 본 맛이었다. 돼지냄새는 하나도 나지 않고 은은한 풍미가 올라오는 부드러운 맛이었다. 마치 고급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는 듯 했다.

파주 갈현리 오래된 벌판에 파주의 농경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채 퇴색 해 가고 있는 약산 정미소 뒤 켵에 이렇게 새로운 맛들이 실험되고 완성되고 있었다.

약산정미소 뒤론 소박한 공동체가 연상되는 섬기는 교회가 있고 창고로 쓰이는 그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이곳서 돼지고기를 가지고 수개월째 씨름하고 있는 수향농장의 채정우 대표를 만났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파주지역엔 돼지 한 마리가 없어요울림이 다소 슬프다. 그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눈물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흘린 사람이다. 작년 917일 그의 농장에서 ASF가 처음 발견되어, 그가 키우던 돼지 4천 여두가 땅에 묻혔다. 그가 겪었을 정신적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그가 다시 돼지로 돌아왔다. “돼지를 땅에 묻은 후 더 이상 돼지는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몇 달 쉬다보니 다시 돼지를 가지고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돼지를 떠나 그의 인생을 다시 재구성하긴 양돈에 쏟은 그의 열정이 너무 컸나보다.

 

▲ 20여종이 넘는 소스 재료들


 

소금에 절이고 비장의 소스 발라 2번 훈연해 만든다.

100여 번 실험 끝에 고기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드는데 성공

그가 착안한 돼지고기는 훈제돼지고기다. 물론 국내에서도 훈제돼지고기가 일부 유통되곤 있지만 약품처리로 탄 맛을 입힌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가 나를 초대한 자리에는 말 그대로 훈제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맛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훈연(훈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향이 좋은 최고급 북미 히코리(Hickory)펠릿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채대표는 훈연은 맛만이 아닌 향으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제조철학을 내비친다. 그가 훈제고기를 만드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예술품을 만드는 것 같이 정성이 꼼꼼히 배어있다.

먼저 냉동상태로 도착한 고기를 상온에서 녹이고 천일염과 후추, 양파, 사과주스, 시즈닝 등이 섞인 물에 24시간동안 담가 잡냄새를 없애고 지방을 뺀다. 이 과정을 침염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히코리 펠릿을 떼서 훈제그릴(Smoking Grill)에서 3시간에서 7시간까지 1차 훈연을 한다. 그 다음 다시 그가 개발한 특제소스를 발라 호일로 싼 다음 2차 훈연기(Smoker)에서 2~3시간을 더 훈연하여 제품을 완성한다.

현재 이곳서 오랜 시험 끝에 맛과 질에서 합격점을 받은 제품들은 족발, 갈비, 등갈비, 그리고 어깨뼈를 뺀 풀드 포크(Pulled Pork). 이 중 풀드 포크는 촉촉하면서도 바비큐의 풍미가 듬뿍 들어가 있어 고급햄버거의 페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장조림같이 고기가 쭉쭉 찢어져 부드럽고 씹는 맛이 일품인 이 풀드 포크는 1차 훈제시간만 7시간이 걸린다.

 

▲ 1층에 있는 파주농특산물 홍보관


일단 한번 맛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가격대를 낮추어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훈제고기 만들겠다.

국내에서는 주로 작화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간 제대로 된 훈제 돼지고기를 드셔보신 분들이 거의 없어 그 맛을 모르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채 대표는 일단 한번 드셔보고 나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가 보통 한 가지 제품을 만드는 데는 수십 번에 걸친 화력 보정과 간, 소스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훈연하는 과정에서 고기가 질겨지는 것을 개선 하기 위해 근 100번에 가까운 실험 끝에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 그의 사업단계는 1단계다. 이제 만드는 노하우를 데이터화 해가고 있고 주변인들에게 맛을 권유하고, 더 나은 맛을 계속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제 어느 정도 소문이 쌓이면 지금 현재 실험실부근에 시식코너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훈제고기의 전도사 역할을 해볼 생각이다.

 

독거노인등 주변 어려운 이웃에 고기 전달하는 채정우 대표

지금은 모임이나 행사 주문만 받아

그는 독실한 기독교 장로다. 고기를 만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준다. 주변의 독거노인들에게도 부드러운 풀드 포크를 직접 배달하고 교회봉사 아이템으로 기꺼이 고기를 내 놓는다.

재료비가 비싸고 제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흠이라 한 라인으로는 머리고기나 잡고기를 써서 싸고 맛있는 훈제 고기를 공급해 훈제고기를 대중화 시키고 싶다고 말한 그는 처음엔 커피를 먹는 한국인들이 적었지만 지금은 커피소비량이 엄청 많아진 것 같이 훈제돼지고기를 많이 찾을 날이 멀지 않았다며 미래 트랜드에 기대를 걸었다.

채대표는 지금은 시중판매가 아닌 모임이나 행사의 주문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언제든 농장 방문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곳 :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 1936번지 약산정미소 뒤    

문의: 수향농장 채정우 010 9026 7230


김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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