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릴레이 맛집탐방(16)간판도 맛도 정직한 ‘금촌 아구탕’
수정 : 2019-01-25 09:42:32
시민릴레이 맛집탐방 16
간판도 맛도 정직한 ‘금촌 아구탕’
가족이 다 같이 밥을 먹는다고 하면 모두 고민에 빠졌다. 그 날의 메뉴는 각각 다른 다섯 명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할뿐만 아니라 성장기 세 여자아이의 뱃속까지 채워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들 다른 의견을 냈다. 나는 뷔페가 있는 샤브샤브 집을 원했고 큰언니는 회나 초밥을 얘기했다. 나와 큰언니의 승률은 좋지 못했다. 작은언니가 아구찜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모두 매운 걸 좋아했고 생선도 좋아했다. 양념에 버무려진 콩나물과 살코기를 뜯은 뒤 나오는 볶음밥은 최고였다. 가족들의 입맛을 거스르지도 않는 아구찜은 양도 든든했다. 매운 게 힘든 어릴 적에는 물배가 가득 차 넘실거리는 속을 붙잡아야 할 때도 있었다. 새빨간 양념 괴롭고 물컹한 살은 오묘했지만 아구찜은 항상 즐거운 기억 사이에 있었다. 자매들이 어른이 되고 집에는 사람이 줄었다. 함께 밥을 먹는 일은 드물어졌다. 아구찜을 먹을 기회도 사라졌다.
버스를 타고 금촌로타리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등기소 입구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있다. 파주등기소 옆 ‘금촌 아구탕’, 정직한 간판은 믿음직스러웠다. 법무사 골목 지하에서부터 8년 동안 아구탕과 아구찜만을 고집했다고 한다. 메뉴판에서도 뚝심이 느껴졌다.
아구탕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 싶은 마음이었다. 맛있는 아구찜을 먹어본 적 없다고 해야 맞겠다. 그런 내 입에도 금촌 아구탕의 아구찜은 달랐다. 매콤했지만 매워서 눈물 빼느라 맛을 느끼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고 짭쪼름했지만 물 한 통을 해치울 만큼 소금탕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모든 게 적당했다. “적당하다” 음식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다.
아구찜의 주인공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구’이지만, 금촌 아구탕의 아구찜 진짜 주인공은 사실 콩나물이었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져 노란 빛을 잃었음에도 아삭함은 그대로였다. 듬뿍 떠서 입에 넣으면 그 충만함은 아구의 두툼한 살 못지않았다. 투박해보여도 콩나물의 식감이 살아있는 아구찜은 어쩐지 상냥하게 느껴졌다.
공기밥과 함께 아구찜을 해치웠지만 탄수화물의 민족이 양념음식을 먹으면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볶음밥, 먹은 양과 먹을 양을 따져 일인분을 부탁했지만 따끈하게 나온 볶음밥 양은 공기밥 두 그릇을 볶았나 의심스러웠다. 사장님께 물어봤는데 일인분 맞다하신다. “어쩔 수 없다, 남겨야겠다”며 한 숟가락 퍼서 김에 올렸다. 입에 넣고 아구찜 양념에 김치를 섞어 볶아서인지 맛이 색다르게 좋았다. 다 먹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과 다 먹고 싶다는 욕심이 동시에 생기는 맛이었다. 서비스로 나온 사이다를 따라 마시며 결의를 다졌다.
어렸을 때처럼 배를 붙잡고 가게를 나왔다. 지나온 자리는 밥풀 한 톨 없이 깔끔했다. 어릴 적과 같이 괴롭지만 행복했다. 그 때보다 더 좋은 건 물이 아닌 든든한 아구찜 한 상으로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비법을 물었을 때, 사장님은 수줍게 대답하셨다. “비법이 따로 없어요, 사람이 정성을 들여 하면 되지.” 정성을 들인다는 건 무얼까? 말 수가 적은 사장님이 내놓지 않은 이야기들을 상상해본다. 신선한 재료 선정, 정확한 계량, 요리에서 눈을 떼지 않는 성실함. 주방 밖의 내게는 다가오지 않을 상상이었다.
눈앞에 보이던 아구찜을 떠올려본다. 흔하게 보여 아구찜의 배경 같지만 아구 만큼 훌륭했던 콩나물, 메인메뉴가 아님에도 마지막을 빛내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볶음밥, 마지막 용기를 돋구어준 서비스 사이다. 아구 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준 그들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아구찜에 들인 정성이란 소소한 것을 챙기는 묵묵함과 꼼꼼함 같았다. 추운 겨울 뜨끈한 아구찜 한 접시, 소소한 행복 확실하게 보장한다.
시민 김도영
금촌아구탕
파주시 금정로 41(파주등기소 옆)
영업 : 구정과 추석날만 쉬고 연중 무휴 아침 10~저녁 10시까지
전화 : 941-1600
핸드폰 : 010-8466-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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