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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상상포럼> 토론5 : 파주 공릉천에서의 작은 시작 - 임희정

입력 : 2024-11-18 07: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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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상상포럼> 토론5 : 파주 공릉천에서의 작은 시작

 

 

임희정(한국스탠포드센터, 도시지속가능성 연구디렉터)

 

 

법적 인격을 부여받은 왕가누이강

   

140. 뉴질랜드 마오리 부족이 왕가누이 강(Whanganui River)의 법적 권리를 인정받기까 지 걸린 시간이다. 1870년대부터 시작된 이 긴 여정은 2017, 마침내 세계 최초로 강이 법적으로 법적 인격’(legal personhood)을 부여받게 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했다. 이로써 강은 법적 권리와 보호를 받게 되었고, ‘내가 강이고, 강이 나라는 마오리 부족의 강과 인간의 분리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전통적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187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 식민정부의 하천 이용과 개발에 대해 끊임없이 법적 근거와 논리를 구축해 가며 정부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성취한 결과이다.

이제 왕가누이강은 공익신탁이나 사단법인처럼 두 명의 후견인에 의해 대표된다. 한 명은 정부가, 다른 한 명은 마우리 부족이 지명하고, 이들은 강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법적 권한을 가진다. 또한 강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금이 조성되어 지속가능한 관리 체계가 확립되었다.

왕가누이강의 법인격 부여까지의 핵심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마오리 부족은 끊임없는 법적 투쟁을 통해 1975년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 재판소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둘째,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강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생명체로 보는 관점은 현대 환경 보호의 패러다임과도 일치했고, 이는 시대적,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며 꾸준히 왕가누이강의 법적 권리를 만들었다.

 

지구법, 법적 접근의 필요성

이러한 왕가누이 강의 사례는 우리 곁에 있는 파주의 공릉천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공릉천 하구는 저어새, 칡부엉이, 잿빛개구리매, 뜸부기, 수원청개구리 등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낚시 및 오토바이 통행 등이 금지되어 있고, 자동차도 시속 20제한 등의 보호조치가 실시되고 있으며, 자연생태계 및 자연경관 보전을 목적으로 설정한 보전지구로, 원칙적으로 인공시설 도입배제되는 구간이다. 그러나 공릉천은 현재 불필요한 제방 확장 및 수로, 자전거도로 등 조성 공사로 인해 보호해 오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공릉천을 보존하고 공릉천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지역 주민과 파주 시민들에게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다.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고, 자연 그대로의 습지를 유지하는 것은 도심 속 생태계의 허파이고, 시민들의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며, 남북 평화를 위한 기후 및 생태환경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특히 생물다양성 관점에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생태적 보고이다. 그러나 이 소중한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 법적 관점에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단체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적인 법적 틀을 마련하고, 하천의 법인격 인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자연을 인간의 이용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보며,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권리를 가지는 지구법적 접근은 단순히 공릉천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환경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생태계 중심의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오리 부족의 권리 회복이 환경 보호와 결합된 것처럼, 공릉천의 보호도 지역 주민의 환경권과 미래 세대의 권리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야생생물과 그 서식지를 효과적으로 보호하여 야생생물이 멸종되지 아니하고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32)

<생명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국토의 개발과 이용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33)

관점의 전환

왕가누이 강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 왕가누이 강이 법적 인격체로 인정받은 과정은 자연을 인간이 사용하는 자원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 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이며,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140년이 걸려 강의 권리를 부여받은 왕가누이강을 통해 우리는 공릉천과 그 생태계를 위한 권리와 법적 인격을 세우는 일에 있어 적어도 140년이라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파주 공릉천 지역은 남북의 관계를 평화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기회의 공간이다. 남북 환경협력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는 독특한 지리적,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임진강의 주요 지류인 공릉천은 남북을 연결하는 생태축의 일부로,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남북협력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공릉천은 임진강 수계를 통해 북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연속성은 남북한 공동으로 수자원과 생태계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생태적 측면으로는 공릉천은 한반도 생태축의 중요한 연결고리로 이곳에 서식하는 철새들은 남북을 오간다. ‘생태적 통로로서의 공릉천을 평화의 통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공릉천에서의 작은 시작이 한반도 전체의 생태 평화의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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