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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상상포럼> 토론 3: 공릉천 하구 내셔널트러스트 적용에 고려해야 할 점-김금호

입력 : 2024-11-18 07:27:44
수정 : 2024-11-18 07:28:08

<공릉천 상상포럼> 토론 3: 공릉천 하구 내셔널트러스트 적용에 고려해야 할 점

 

                      김금호(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처장)

 

내셔널트러스트(운동)가 우리 사회에 알려진 건 1990년대 중반, 김대중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에서 출발한다. 그린벨트 제도는 1971년 군사정부 하에서 도심의 팽창을 억제하고 녹지공간 보호 등을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도 그린벨트 제도는 산업화 시대를 거쳐 도시화로 양적·질적 팽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시민들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는 순기능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도시의 확장에 따른 그린벨트를 개발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욕망이 분출되기에 이르렀고, 그린벨트의 소유주들 역시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땅값에 대한 기대감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도심의 확장과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린벨트를 해제한다. 당시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했던 환경운동 진영은 삭발 시위’, ‘단식농성등 강도 높은 불복종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반대운동을 추진하던 환경운동 진영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한다. 바로 지금까지 그린벨트라는 제도 아래 사유재산권을 제약받았던 토지주와 지역주민들의 저항이었다. 시민들을 기반으로 벌이는 시민운동이, 결국 토지를 소유한 시민들의 반발과 이탈로 운동의 정당성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운동 진영은 환경보호를 위해 사유재산의 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이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 1895년 영국에서 출발한 내셔널트러스트였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우리말로 국민신탁으로 직역되지만, 사실 사전적으로 직역되는 명칭에서 영국이 갖는 본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영국이 내셔널트러스트라고 운동을 명명한 것은 시민의 힘으로 신뢰를 만든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명칭에서부터 정부나 특정 이익단체가 아닌 시민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것이 이 운동의 특징이다. 그래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개념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과 기부로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자율적 관리와 운영으로 미래세대까지 영원히 보전한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내셔널트러스트의 제기 배경과 개념을 고려해 공릉천 하구에 적용 가능 여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점은 공릉천 하구의 자연환경 보전에 따른 사유재산 침해의 여지가 있는가?’(물론 공릉천 보전에 동의하는 토지소유주는 제외된다)가 첫 번째 질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기증과 기부를 통해 확보(관리·운영)할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영구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고려되어야 한다.

먼저 공릉천 하구 보전을 위한 사유재산의 침해에 따른 사유재산의 보장을 해결하기 위해 내셔널트러스트의 적용 여부는, ‘보전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는가?’와 결부된다. 보전의 범위를 한강 합수부 지점인 송천대교~연천배수갑문(제방길이: 6.6Km/유역면적: 0.894)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농경지까지 확대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는 공릉천의 종다양성 유지기능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보전의 범위를 공릉천 하구의 유역(제방 내부)으로 한정할 경우, 사실 내셔널트러스트의 적용이 그리 절박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물론 내셔널트러스트의 신탁 방법에는 국가나 자치단체 또는 개인의 자산을 임대받아 관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탁방법은 소극적인 방안에 불과하다.

공릉천 하구의 제방 안으로 보전 범위를 정할 경우, 국가하천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므로 사유재산 침해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대적으로 국가습지보호구역이나 시·도습지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방법이 용이할 수 있다. 물론 주변 농경지 소유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습지보호구역은 완충구역 내지 행위제한구역이 설정되지 않으므로 농민들의 영농행위에 커다란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습지보호구역 지정의 주체(환경부 또는 시도 자치단체)는 여전히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 있으며, 결행을 위한 의지가 필요할 수 있다.

공릉천 하구의 종다양성 기능을 주변 농경지로 확장해 보전 범위를 고려한다면, 내용은 달라진다. 공릉천을 기준(한강으로 흐르는 방향)으로 357번 지방도까지, 좌측 평야지대는 약 3,26㎢에 달하고 우측 평야지대는 약 2.15㎢에 달한다.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좌우측 평야지대는 수원청개구리, 큰기러기, 뜸부기, 재두루미 등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공릉천 하구와 평야지대를 오가는 삵, 무산쇠족제비, 고라니 등도 확인된다. 농경지 수로 변에 금개구리,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가능성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야생생물의 서식지나 활동 지역을 고려해 공릉천 하구 좌우 농경지의 어느 범위까지 보전에 포함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국가나 자치단체가 공릉천 하구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설정할 경우, 지역주민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간격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전략적으로 습지보호구역 지정 이전에 주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변의 농경지를 미리 확보한다면 즉, 농경지 확보와 보호구역 지정을 단계적으로 병행한다면 공릉천 하구 보전에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그리고 확보된 농경지가 공릉천 하구를 보호하는 사실상의 개발 및 훼손에 대한 행위 제한구역으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농경지 확보와 보호구역 지정의 단계적 병행의 방안에는 재원이 필요하다. 재원 마련 방안에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재원을 통해 범위에 해당하는 농경지를 매입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이다. 하지만 습지보호지역을 비롯해 제도적 보전지역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예산의 문제다. 내셔널트러스트는 국가나 개인의 힘으로 보전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적용 가능한 모델이다. 가칭 공릉천 하구 농지 트러스트를 개설해 시민, 기업, 자치단체 등의 기부를 통한 농지 매입을 추진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국민신탁법에 적용받는 국민신탁단체로서, 일반 법인의 모금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현행 기부금품모집과활용에관한법률1천만 원 이상의 모금의 경우, ·도지사에게 허가받아야 하고 10억 이상일 경우, 행안부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인이 자산취득을 위해 모금하는 행위는 불허하고 있어, 사실상 국민신탁법에 적용받지 않는 단체가 부동산(자산) 취득을 위한 모금은 금지하고 있다.

현행 국민신탁법은 확보된 보전자산에 대한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매각·담보·저당설정을 금지하고 있고, ‘보전자산에 영향을 끼치는 개발행위가 추진 시, 환경부장관과 협의를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릉천 하구 보전을 위한 내셔널트러스트 적용에 고려할 점에 대해 매입의 가능성 측면을 우선해서 살펴봤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1895년 내셔널트러스트가 시작된 영국의 상황과 엄밀히 다르다. 영국의 경우 1, 2차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농경지나 방치된 습지 등을 영국내셔널트러스트가 기증받거나 헐값에 매입해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게다가 고액의 상속세 등으로 경제성 희박한 농장이나 장원 등을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하는 게 세금을 피하는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물론 세계 최초 산업혁명을 성공하고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자본주의의 폐단을 경험한 탓에 그 대안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성장한 측면도 크다.

하지만 지금 우리시대의 현실은 1895년 영국사회와 현저히 다르다. 공릉천 하구와 주변 농경지는 황폐화된 농지도 또는 방치된 습지도 아니다. 개발의 압력이 가속화되고 높은 지가가 형성되었으며,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인들이 공릉천 하구 전체 농경지의 85%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릉천 하구 보전을 위한 내셔널트러스트의 적용이 만일필요하다면, 매우 은밀하고 치밀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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