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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릴레이 맛집탐방 ⑳ 영태리 라면 노부부의 간판없는 라면집

입력 : 2020-06-23 07:31:23
수정 : 0000-00-00 00:00:00

시민 릴레이 맛집탐방 영태리 라면

노부부의 간판없는 라면집, 10년 전 가격 2800원 그대로

 

 

 

간판도 없고 전화도 없다. 바이올렛 컬러의 접시꽃이 추억같이 피어있는 허름한 집. 희뿌연 스레트 지붕 밑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다. 간판이 없으니 사람들마다 이 가게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유튜브나 인터넷 리뷰에 남겨진 이름을 보면 크게 영태리 라면’, ‘파주 라면으로 나뉘어 진다. 그래도 가게가 소재한 곳이 영태리다 보니, ‘파주 라면보단 영태리 라면집으로 더 많이 불리운다. 영태리 맛집을 검색하면 제일 먼져 이 집이 나올 정도로 평이 좋다. 할아버지가 손님들을 접대하고 할머니가 라면을 끓여 내온다. 라면 종류는 단 한 가지. 주문은 한 개 두 개 등 할아버지가 손님수를 세어 바로 옆 주방에 전달한다. 그런데 이 라면이 맛 대박이다.

 

 

야채가 듬뿍, 스프는 반 만 넣고 고춧가루 한 스푼

라면이 아니라 이건 짬뽕이나 육개장 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야채가 듬뿍 들어간 매콤한 라면이 나온다. 만드는 방법도 특이하다. 소고기 라면을 뜯어 면만 자박자박 끓인다. 어느 정도 익으면 면을 건져 내 스텐그릇에 담아둔다. 라면을 건져낸 국물에 당근, 양파, , 표고버섯, 오징어 말린 조각 등 푸짐한 자료를 넣고 소고기라면 스프를 반개만 넣어 끓인다. 다 넣으면 인공 감미료 맛이 강해진다는 것. 할머니의 30년 경험이다. 다음 그리 맵지 않은 고춧가루를 한 스푼 듬뿍 넣어 한 소큼 끓인 후 팽이버섯과 계란 풀은 걸 둘러 자박자박 한 번 더 끓인다. 다 끓은 것들을 미리 담아둔 면에 붓는다. 면 따로, 건더기 따로 조리해 합쳐 나온다.

가을부터 봄까진 깍두기가 곁들여 나오고 김장이 떨어질 때쯤인 여름엔 노랑 단무지가 나온다. 이렇게 해서 나온 영태리 라면 값은 3천원에서 2백 원 빠진 28백 원. 밥 추가는 1천원. 라면과 밥을 다 합쳐도 38백 원에 불과하다. 10년 전 가격 그대로다. 맛도 대박, 가격도 대박인 이 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자주 문 닫아, 운 좋아야 맛볼 수 있어.

그런데 변수가 있다. 전화가 안되니 가게 상황을 알 수 없다. 무슨 이야기냐면 이 가게가 문을 닫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요일엔 거의 문을 열지 않고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무 예고 없이 문 닫기 일쑤다. 무허가라 시청단속이 가끔 나와 그렇다는 루머도 있다. 4번째 방문한 끝에야 식당 문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인터넷 댓글이 달릴 정도로 운이 좋아야 이 집서 라면을 먹을 수 있다.

최근에 생활의 달인 코너에 이 집이 소개된 이후로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와 취재보도는 극구 사양한다고 했다. 그러나 요청을 어기고 소개하기로 했다. 좋은 것은 나눠야 할 것 아닌가?

 

 

이 집에는 단골들이 제법 많다. 운정의 어느 가정은 가족 전원이 1주일에 한번 씩은 꼭 들린다 했다. 일산 파주지역의 분식 애호가들과 명패 단 인근 공장직원들이 많이 오는데 거의 대부분 밥을 추가해 시킨다. 옆에서 지켜보니 라면을 반쯤 먹고 나선 밥을 말아 먹는데 물어보니 육개장이나 짬뽕에 밥 말아먹는 맛이 난다 했다. 소고기라면 스프가 고기 맛을 내주고, 푸짐한 야채, 매콤한 국물이 육개장이나 짬뽕 국물 맛을 내주는 것 같다. 밥 까지 말아먹고 나면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즉시 자리서 일어나야 하는 게 이 집의 불문율이다.

개인집을 개조해 플라스틱 테이블 7개를 놓았고 벽에는 한국의 명소사진들이 빼곡히 둘러쳐 있어 허름함과 통속감을 더하는 영태리 라면집. 그래서 편하다. 이곳서 뜨끈한 라면을 먹고 나면 한 끼를 잘 때웠다는 안도감에 다시금 누굴 불러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이 집은 점심만 문을 연다. 11시 반쯤 도착하면 좀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소: 파주시 영태리 151-11번지.

 

천연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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