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상상포럼> 토론문1 ; 민물과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공릉천 하류 습지에 주목하며 -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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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상상포럼> 토론문1 ; 민물과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공릉천 하류 습지에 주목하며
김남수(안무비평, 문발당 대표)
저는 최근 금강 하류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협력 전시 <자연의 영토 — ‘함께-세계’ 만들기에 대한 예술적 물음>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 전시는 3일 종료되었지만, 진행 과정상에서 몇 가지 배운 점이 이번 파주 공릉천 포럼 2024에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소개 겸 물음을 나눕니다.
일단 국립생태원측과 이 전시의 최창희 기획자가 계획하고 진행한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서천과 군산 사이에 위치한 국립생태원(https://www.nie.re.kr/nie/pgm/org/orgList.do?menuNo=200180)은 기백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활동하는데 연구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한라산 한란부터 서해안 따개비에 이르기까지 생물의 종복원과 유지, 생태모방 기술 연구 등이 활발합니다.
3번의 오픈 세미나 형식의 워크숍을 했는데, 박사급 연구원들이 습지팀, 종복원팀, 생태신기술팀 등등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연구 테마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서해안 고군산군도 선유도 해안가의 따개비 연구에 주목하여 <생태모방: 따개비의 병참술>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사실 기반의 환상적 서사를 꾸며봤습니다. 이 연구를 담당한 김백준 선임연구원 이하 많은 이들이 과학과 예술적 허용 사이를 오가는 이 내용을 즐거워 해주셨습니다. 아마도 국립생태원측이 예술가들에게 기대했던 것이 이런 거 아니냐는 것이 기획자의 진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파주 공릉천 살리기 시민운동이 이런 식의 협력적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풍천장어는 왜 더 맛이 있는가
정진규
고창 선운사 절밑 마을 가서 복분자술에 풍천장어
를 한 점만이라도 자셔본 분들은 안다
민물장어가 더
맛있고 비싼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나로서는 그렇지가
않다
풍천장어가 월등 맛이 더하다
풍천장어는 민물과 바닷물 사이를 드나든다
풍천이 그런 곳이다 드나든다
경계가 없다
드나드는 모든 것들은 맛이 있다
황 홀하다 특히 사랑이 그러하다
증류식만 좋은 것이 아니다
희석식으로 견디다 견디다 마침내 증류식이 되는 게
그게 진짜 아름다운 모반, 풍천장어가 그렇다.
지난번 포럼 모임에서 본 몇가지 정보와 논문 공유 사이트에서 내려받기한 자료들을 보니, 공릉천 하류 일대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만들어진 습지로서 고유한 풍토, 식생, 생태환경이 조성된 곳이라고 알게 됐습니다. 그러자 당장 저에게 떠오른 것은 정진규 시인의 시 ‘풍천장어는 왜 더 맛이 있는가’였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여물목에 관해서는 연구나 예술적 접근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아우라지나 두물머리는 나름 들여다본 적이 있고, 갯벌 연구도 서해안 대부도부터 고창 갯벌까지 약간의 협력 연구 차원에서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릉천 하류 습지는 제 짧은 견지에선 낯설게 접하는 지형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부할 요량입니다.
공부와 함께 다만 예술가들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생태모방 biomimicry 차원에서 과학적 사실과 예술적 허용 사이의 가교를 통해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일반 여론까지 움직일 수 있는 아트 프락시스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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