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책 출간 [맛있게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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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나는 광화문 내수동에서 태어났다.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님 덕분에 골고루 잘 먹고 자랐지만, 누가 어디서 어떤 수고로 먹을 것이 내입에 오는지를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음식 무지렁이었다. 10여 년 전 파주에 내려와 텃밭농사를 지으며 육십이 다 될 즈음에야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을 가지고 “농사는 예술이다” 라고 농사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나누는 일이기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다. 농사는 흙, 바람, 햇빛, 자연과 함께 그리는 그림이고 먹거리를 나누는 영원한 예술인 것이다. 농사와 예술은 나눔이다. 농사가 나눔이면 음식도 나눔이다. 음식은 어머니가 식구들을 위해 온갖 정성으로 만든 생명의 근원이다. 더 먹고 힘내고 잘 자라라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이겨나가라고.
천천히 씹어서 / 공손히 삼켜라 /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 그 여러 날들을 /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 온 쌀인데 /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 사람이 고마운 줄 모르면 /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이현주선생님의 이 시와 같은 마음을 얼치기 농부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음식이 상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수고와 음식에 깃든 정성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잘 먹는 것이 온전한 식사이고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노랑모자농부의 맛집탐방이라는 지면으로 3년 동안 제철 따라 지역의 건강한 먹거리를 찾은 글을 모은 것이다. 바쁜 시대를 살다 보니 엄마의 집밥은 귀해지고 식당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잘 하시는 분에게는 찬사를, 조금 미흡하면 더 잘하시라는 격려와 바램으로 처음부터 나름의 선정기준을 만들었다. 첫째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삶을 엿보자. 둘째는 상위에 오른 음식재료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를 살펴보자. 셋째는 입도 눈도 즐겁지만 속도 편안한가를 생각하자.
지역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식당 업을 하시는 분들은 보시의 마음을 지니신 분들이었다. 남을 위해 정성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장사만이 목적이 아니라 귀한 밥상 나눔을 하고 있음을 보았다. 외식이라고, 식당이라고, 대가를 지불했다고 허투루 먹을 수는 절대로 없는 일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를 잊지 말자. 그것이 비로소 잘 먹는 것이 되어 몸과 마음을 살찌우며 우리는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음식기행을 하며 보살도 발명가도 어부도 만났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는, 음식을 통한 성찰의 시간이어서 행복한 즐거운 나들이이었다.
문성희 평화가 깃든 밥상 대표 추천사
‘농업의 창조성과 음식의 생명성’이 하나 되어야 온전한 맛이 살아나는 이치를 잘아는 분이 쓴 맛집기행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지는 것은 그래서 특별하다. 파주를 중심으로 근교의 서울까지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요긴한 자료집이 될 것이다. 정직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곳곳의 맛집들에 손님들이 차고 넘치기를 바란다.
정정기 임원경제연구소 번역팀장 추천사
맛과 멋은 언제나 함께 가는 것이다. 미(美)는 아름답고 맛있는 것이며, 맛집은 멋집이 아니면 그 자격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천호균 대표님처럼 멋진 사람이 맛집기행을 쓰신다니 그 내용은 읽어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맛집을 대하는 자세가 언제나 종합적이라는 데 있다. 하나만 보거나 치우치지 않고 음식과 농사, 손님과 주인,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식당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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