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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67) 밥먹는 카페 ‘소반’

입력 : 2017-11-01 12:06:00
수정 : 0000-00-00 00:00:00

 

밥먹는 카페 소반

 


가을이 깊다 온통 붉은 잎들의 향연이다. 요즘처럼 자유로가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인 적이 없다. 중앙분리대 길엔 은빛머리칼처럼 하얀 갈대가 휘날린다. 눈을 강변으로 돌리면 산에만 있는 단풍이 있는게 아니다. 들에도 나지막하게 타오르는 들풀 단풍을 본다. 서서히 짙붉게 타오르다 점점 빛깔이 옅어지면서 하얗게 스러져가는 들풀들과 회색의 강뻘이 잘 어울려 그 조화를 음미하는 것이 즐겁다. 그 뿐 아니다. 출판단지를 지나서부터 강뻘에 까맣게 내려앉은 기러기 철새들의 식사시간은 보기만 해도 장관이다.

요즘 이 길을 따라 문산 읍내의 소반이라는 식당을 자주 찾았다. 문산 시내에 들어서기 전 쇠락한 구시가지 도로변에 마음에 쏙 드는 반듯한 글씨체로 소반이라는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와 언젠가는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곳이다.

 


시인이 짓는 밥상

소반! 글도 발음도 예쁘고 좋다. 역시 주인인 시인이 작명한 밥집 이름이 이름답다. 소반은 혼자 운영하는 테이블도 몇 개 안 되는 작은 식당이다. 벽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탄산수로 밥을 했습니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함초 소금을 사용합니다라는 글도 있고 커피는 직접 타 드셔요글 옆에는 커피 잔과 받침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냥 드시는 서비스 커피도 정성스럽게 받침에 받쳐 잘 드시라는 마음 쓰임새가 예뻤다.

이 집 주인장 신영란씨의 짧지만 깊은 사연이 오늘의 소반을 만들은 듯했다. 신영란사장님은 아예 화학조미료를 넣은 음식을 먹지 못했단다. 식당 음식을 기피하게 되어 친구들 불러 모아 음식 만들어 먹이는 것이 취미인지 병인지 그 탓으로 서울 회현동에서부터 음식업을 하게 된 것이 10년이 넘는단다. 남편 일 때문에 일산에서는 나를 위한 밥상이란 이름으로 식당을 한 경험도 있고, 이 곳 문산에 와서는 소반이라는 이름으로 작지만 알찬 밥상을 차린다.

 


혼밥족을 위한 집밥 식당

이곳 문산에서 동네 어르신이나 직장 생활하는 젊은이들은 혼자 먹는 밥도 서러운데, 한끼를 때우는 것처럼 해서는 식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정성껏 대접받는 밥상으로 금방 지은 따뜻한 밥, 국과 여러 가지 반찬과 메인 요리 그리고 차와 커피까지. 정성껏 차리는 집밥 같은 동네밥집이다. 김치찜을 제일 좋아들 하시는데 돼지 앞다리살과 뒷다리살을 배추 한 잎에 둘둘말아 두 시간 은근하게 쪄내면 그 깊게 우러난 맛을 누구든 좋아한단다.

시도 때도 없이 혼자 먹는 혼밥족이 지방에도 늘어나고있다. 혼밥이 어머니 집밥이 된 것에 은근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는 신영란 시인의 밥이 더 배부르다.

한 상 잘 받고 나오니 어느새 노란 초승달이 떠 있고 공기가 차다. 마침 손톱 같은 초승달에서 주인장 신영란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

앙증스레 떠있는 손톱달

별들은 도심 불빛 속으로 숨어들어도

가냘픈 빛을 뿜어내는 손톱달.

힘에 부친 퇴근길

힘내라고 친구해주는 미소가 다정한 손톱달

 

밥먹는 카페 소반

파주시 문산로 19-2

평일 이른 8~늦은 9

주말 이른 8~늦은 8

문의 031-954-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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