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㉗ 추억의 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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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프로그램 중에 남녀노소 연령 불문하고 열광하는 ‘응답하라 1988’라는 드라마가 있다. 따뜻한 가족애에 스스로 미소가 피어나고,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 듯 한 장면 장면마다 향수에 젖어 입맛 마저도 그 시절 그 맛이 그립다.
‘응팔’ 경양식 집의 돈가스가 당겨서 헤이리 8번 게이트에 위치한 경양식집 ‘크레타’를 찾았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전통을 고수한 경양식집
크레타의 첫 시작은 2003년 가을 파주 맥금동. 허허벌판이던 시절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 벼가 바람에 일렁이면 푸른 바다 같았을 터이고, 하얀 칠한 작은 식당 크레타는 그야말로 지중해에 떠있는 섬 같았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된다.
그 당시 주변엔 어렵게 지내는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밥 한 끼라도 같이 나누어먹을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이신 바깥양반과 사모님의 소박한 소망이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
크레타에 들어서면 푹신한 소파에 낮은 테이블, 벽면에 걸려있는 서양화와 조각 작품들, 반짝반짝 빛나는 잘 자란 화초들과 따뜻하게 맞아주는 오래 근무한 종업원 언니 오빠가 손님들을 반긴다. 손님들 역시 배고파서라기보다 이곳의 분위기가 좋아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경양식집은 1925년에 생긴 서울역 ‘그릴’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이런 전통 경양식집을 보기가 어렵다. 돈가스 집은 많으나 일본식 스타일 돈가스가 대부분이다. 크레타에 가면 그 옛날 경양식 돈가스를 만나볼 수 있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다. 제일 먼저 와인 또는 오렌지쥬스를 준다. 따뜻한 크림수프가 부드럽고 고소하다. 그 옛날엔 “빵으로 드릴까요? 라이스를 드릴까요?” 물었었지만, 크레타는 밥도 주고, 빵에 딸기잼과 버터도 준다.
야채샐러드도 싱싱한 양상추를 주는데 다시 밭으로 걸어갈 기세로 싱싱하다. 손바닥만 한 돈가스가 두 쪽이 나오는데 그 위에 얹은 소스가 독특하다. 양파, 양송이, 빨간 피망, 렌틸콩을 넣고 끓인 소스를 듬뿍 부어주는데 야채가 많아 느끼하지 않고 돈가스와 같이 씹히는 맛이 좋다. 또 오이피클과 김치까지 나오니 뒷맛까지 개운하다.
후식으로 커피 또는 사이다, 차와 함께 파인애플, 복숭아 등의 통조림 과일이 나온다. 그것도 오랜만에 먹으니 새콤달콤하니 마무리가 된다.
두 부부가 함께 있으면 꼭 다정한 남매처럼 보인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지역에 계신 어려운 분들을 앞장 서 돕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극구 사양하셔서 밝힐 수는 없지만 두 부부의 부처님 같은 마음을 엿보는 것 같아 늘 이곳에 오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서양음식전문점 크레타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542
전화번호:031-948-6001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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