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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칼럼 <2>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입력 : 2025-04-11 08: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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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칼럼 <2>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발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기재부)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자 정 전 총리는 "기재부가 정부  저항 세력처럼 행동한다" 비판을 하며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입니다이는 기재부가 가진 막강한 권한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국가시스템은 법과 예산입니다. 이는 헌법을 보면   있습니다헌법 525461조에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으로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국정감사라는 3가지 기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기본 원리입니다

정부에서 법과 예산을 담당하는 기관은 사실상 검찰과 기재부와 감사원입니다그리고 행정중심 국가이다보니  세가지 기능은 독점적으로 주어졌습니다검찰의 기소권기재부의 예산편성 권한감사원의 감사권한입니다.   감사는 여러 기관이 일부를 하고 있기도 하고 인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있습니다하지만 검찰과 기재부는 다릅니다국가운영의 상당 부분이 이들의 결정으로 인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검찰 독재라는 말은 이러한 권한을 남용하면서 생겨난 인식입니다이번 탄핵 정국에서조차 기소권을 통한 검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습니다이에 대한 유불리나 옳고 그름을 떠나 검찰의 권한은 절대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재부가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

기재부 독재라는 말을 총리가  정도로 우리 국가 운영에서 기재부의 권한 역시 절대적입니다그러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첫째, 권한 집중의 문제입니다기재부는 예산 편성경제 정책 기획세제 관리성과 평가  광범위한 기능을 담당하며 정부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이러한 권한 집중은 다른 부처의 자율성을 약화시켰습니다기재부가 다른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감독하는 과정에서 상급 부처처럼 작동하다보니  부처의 독립적 정책 수립이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내부 견제와 균형이 약화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성이 부족해질  있습니다기재부가 기획하고 다른부처는 시행만 하는 관계는 후진국에서도 지양해야 하는 국가 시스템입니다

둘째정책의 효율성  장기적 관점이 부족해집니다기재부가 경제 정책과 예산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면서 단기적 경제 성과에 치중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이는 장기적이고 국가적 관점에서의 자원 배분을 어렵게 만듭니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도 이런 부분에서 기재부의 책임이 있습니다총리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분노했을 정도로 막강한 기재부를 생각한다면 어이없는 일입니다이번 예산삭감 사태는 적극적이거나 최소한 소극적인 기재부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셋째민주적 의사 결정 강화를 위해 기재부 개혁이 필요합니다기재부로의 권한 집중은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약화시키고민주적 의사 결정을 어렵게   있습니다정부 부처간 거버넌스는 물론이고 국가기관 간의 거버넌스에서도 민주적 의사 결정은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은 규모 상으로는 이미 선진국입니다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육박하는 경제규모가 되었습니다이를 소수의 관료가 통제할수 있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착각입니다

통제하지 못하면서 권력만 행사할 경우 기획은 더욱 할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국제 상황 변화에 대한 대처는 물론 국민들의 집단 지성에서 나오는 이해와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국회의 예산편성기능은 민주주의라는 권리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정치라는 용광로에서 조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입니다선거는   하나일 뿐입니다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기관이 전횡하기 때문에 그것을 “독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 기능을 분리하여 국회와 대통령실의 역할을 강화해야합니다

미국과 일본  주요 국가에서는 예산 편성과 경제 정책 기능이 분리되어 있습니다미국은 예산 편성권을 백악관과 의회가 나눠 가지고일본은 재무성이 예산 편성을 담당하되 실질적 예산 배분 결정은 내각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가 맡습니다한국처럼 기재부가 많은 권한을 가진 구조는 국제적으로 드문 사례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첫째경제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기재부가 경제 정책과 예산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할  있다는 것입니다경제 정책과 예산 기능이 분리되면 정책 조정력이 약화되고부처  협력이 어려워질  있습니다또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재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둘째, 기재부를 분리하면 새로운 부처를 설립해야하므로 행정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있습니다또한부처  정보 교환과 협력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셋째기재부의 권한 집중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분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예를 들어기재부의 권한을 일부 축소하거나공공기관운영위원회처럼 특정 기능을 독립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이외에도 정치적 논란도 있습니다예산 기능을 대통령실 직속으로 두는 방안은 대통령 권한 집중을 초래할  있어 민주주의의 역행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이는 국회와 정부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킬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이처럼 기재부 분리를 두고 찬성과 반대 논리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논의는 정부 조직 개편의 목표와 방향에 따라 달라질  있으며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과도한 권한집중과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재정정책의  민주적 운영조직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재부를 일단 분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예산권과 정책조정 기능은 분리되어야 합니다하향식의 톱다운 기능을 살려 미래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무엇을  늘리고 집중할지 어느 것을 바꾸고 줄여나갈지를 기획하고 논의하고 조정해야 합니다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은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가비전 실현이 가능해야 합니다.   

언젠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때 개혁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하나가 기재부 개혁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우물쭈물하다 권한만  강화시켜준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과 정치 세력들도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독재적인 권한을 가진 부서는 정치적인 이익을 차지하기에  유리할수는 있습니다하지만 견제와 균형 속에 민주적인 국가운영은 국가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국가에서   이익을 가질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예산관료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우리에게는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의 경험이 있습니다하던 일만 반복하며 관료화되는 국가운영을 바꾸는 혁신이 필요합니다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혁신을 주도하는 부서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나라살림 파수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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