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㉗ ‘유엔탕’과 부대찌개와 스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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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탕"과 부대찌개와 스팸
중국이나 홍콩을 여행하다보면 현지 한국음식점의 식단에 부대찌개가 올라와 있고 한국을 다녀온 유학생이나 관광객들 중에서도 부대찌개를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전쟁 시기를 주제로 한 안정효의 소설 ‘은마는 오지 않는다"와 박완서의 소설 ‘공항에서 만난 사람"에는 ‘꿀꿀이 죽"을 만들어 먹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음식쓰레기에서 고기, 치즈, 닭 뼈 등을 골라내어 한 솥에 넣고 끓여 낸 것이 그것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유엔탕"이라고도 불렀다. 이것이 부대찌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 때에 부산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에게 꿀꿀이죽은 훌륭한 끼니이자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이 시기에 부산의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일대에 ‘도떼기시장"이 들어서면서 꿀꿀이죽을 만들어 파는 상가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부평시장 죽골목"이란 이름만 남아있고 죽과는 관련 없는 가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났다. 미군기지 주위에 기지촌이 형성되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술, 약품, 화장품, 식품 등을 중심으로 지하 경제권이 형성되었다. 이때 통조림 햄과 소시지가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사람들은 고기 맛이 나지만 고기 모양이 아닌 이 새로운 식품을 ‘부대고기"라고 불렀다. 모양도 기이했지만 육류 섭취의 기회가 많지 않던 그 시기에 부대고기의 인기는 높았다. 이제는 미군부대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통조림 햄과 소시지를 이용해 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군이 많이 주둔하던 의정부 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었기에 ‘의정부 부대찌개"라 불렸고 조금 장난스럽게는 ‘존슨탕"이라고도 불렀다. 부대찌개는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 당당한 식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스팸(SPAM)은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부대찌개와 함께 미군부대를 통해 한국 시장에 알려진 탓에 상당히 고급스러운 식품으로 인식되었지만 원래는 미군의 전투식량이었고 2차 대전 때에 미군의 진주와 함께 아시아지역에 들어왔다. 지금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스팸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한다. 스팸이 명절 특별 선물로 포장되어 팔리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스팸은 미국 호멜식품회사(Hormel Foods)의 상표이고 한국에서는 어느 재벌기업 식품회사가 상표사용료를 내고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기록이다.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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