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㉜ 헤어지기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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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의 풍습
최근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기업의 비교적 젊은 총수가 부인과 이혼하겠다는 뜻을 담은 개인 편지를 언론사에 보낸 일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혼외의 관계를 통해 낳은 자식들이 있으며 부인과는 10여 년 동안 불화해왔다고 밝혔고 부인은 가정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총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에 두 번이나 기업경영과 관련된 범법행위로 징역형을 살았고 특사로 풀려났다. 참 꼴사납다. 무슨 자랑이라고 부인이 안하겠다는 이혼을 하겠다고 언론에다 편지를 보내어 광고하는지…. 헤어져도 좀 멋지게 헤어질 수는 없나?
조선시대의 여성들은 ‘칠거지악’이라 하여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이혼 당할 수 있는 약자의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이혼이 거의 허락되지 않았다. 여성의 정절이 국가 통치이데올로기의 한 축이었던 조선사회에서 재혼은 금기였고 재혼이 어려운 사회제도 안에서 이혼녀가 양산된다면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므로 국가는 최대한 이혼을 억제했다. 그래서 칠거지악 가운데서 음란과 (시부모에 대한) 불효 이외에는 이혼의 사유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혼이 어렵다 보니 대체(?)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소박이었다.
이런 양상은 양반층에서나 나타났고 서민의 경우는 비교적 이혼이 쉬웠다. 사정파의(事情罷議)라는 이혼 방식이 있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부부가 마주앉아 결혼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정을 상대에게 설명하고 결별의 말을 한 뒤에 서로 응낙함으로써 이혼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의 방식은 할급휴서(割給休書). 이혼 문건 같은 것이며 칼로 웃옷의 자락을 베어 그 조각을 상대방에게 건네줌으로서 이혼의 증표로 삼았다.
중국의 민간에서는 부부나 연인이 헤어지자는 뜻을 표시할 때 배(梨, 리)를 나누어 먹었다. 배는 리(離, 헤어지다)와 음이 같다. 남녀 어느 쪽에서 배를 반으로 잘라 상대에게 권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먹으면 헤어짐에 합의하는 것이다. 요즘 중국의 신세대 사이에서는 결혼 전 커플이 헤어지고 싶을 때 남자가 여자에게 32송이로 된 꽃다발을 선물한다. 중국 속담에 삼심이의(三心二意)란 말이 있는데 마음을 정하지 못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을 말한다. 32송이의 꽃은 3과 2의 합성이니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이 흔들렸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더 가진 자, 더 배운 자,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더 멋있는 표본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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