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철 든 밥상으로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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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든 밥상으로 겨울나기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설(大雪, 12월 7일) 즈음에 내리는 눈이 이불처럼 보리를 덮어 동해(凍害)를 막아 보리 풍년이 들기 때문이라지요. 차디찬 겨울을 온전히 받아들여 생명을 응축하는 땅과 보리의 지혜입니다.
겨울을 잘 나는 게 중요한 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난다는 것은 그 계절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냐의 문제입니다. 화석연료와 전기로 가동되는 온열기구에 기댄 채 반팔을 입고 있는 방 안에 제철은 없습니다.
요즘 대개의 밥상도 철이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가온재배(加溫栽培)로 마트에 가면 계절과 관계없이 보기에 근사한 채소와 과일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한살림은 생육초기(육묘기간) 외에는 가온재배를 하지 않는다는 물품 생산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기르기보다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조화롭게 익어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농작물과 땅과 먹는 사람 모두의 건강을 위해 생산자는 더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달을 손꼽았다 제철의 기운을 먹습니다.
이 겨울 어떤 밥상 차리면 좋을까요? 「자연달력 제철밥상」의 저자 장영란 님이 알려주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지금 바깥에서 자연스레 생장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한겨울에 수박이 가온 없이 살 수 있나? 없다, 먹지 않는다, 시금치는? 있다, 먹는다, 식입니다. 두 번째는 몸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먹을거리를 땔감 삼아 불을 땐다고 생각하면 쉽지요. 불에 수박을 넣으면 불이 꺼지지만 마른나물, 잣, 호두를 넣으면 잘 타는 이치입니다. 이 두 가지 물음으로 철 든 밥상 차려보면 어떨까요. 영 어렵다면 맘 편히 한살림 매장을 들르는 것도 제철을 마주하는 방법일 테지요.
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기획홍보팀 손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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