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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의 시사 한마디 <7>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를 보고

입력 : 2021-01-08 07:52:53
수정 : 2021-01-08 08:18:47

문화해설사의 시사 한마디 <7>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를 보고

 

 

딸의 네플릭스 아이디를 빌려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봤다. 2003년 룰라가 노동자당 후보로 대통령이 됐을 때 식민지를 겪은 나라에서 선거로 좌파가 집권하는, 칠레 아옌데 정권에 이은 두 번째 사례로 민주주의 전진의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었다. 칠레 아옌데 정권은 군사쿠데타에 의해 3년도 안돼 무너졌지만 브라질 룰라는 재선에 성공하고 물러날 때 지지율이 87%에 달할 정도로 성공한 정부였다.

룰라에 이은 지우마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서 우익에 반격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반격의 빌미를 노동자당 자신이 제공했다. 기업한테 선거자금을 받는 오랜 관행을 깨지 못하고 노동자당도 다른 정당처럼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특별한 권한을 가진 사법부가 같은 선거자금을 받아도 노동자당은 더 특별하게 취급할 것이라는 것을 잊고서 오랜 관행을 안이하게 받아들였다.

모로 판사가 주도하는 브라질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비리스캔들 수사, 일명 세차 작전으로 다수 노동자당 인사가 구속되었다. 이들 구속된 노동자당 인사 배후에 지우마 대통령이 있다고 몰아부쳐 의회에서 지우마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그리고 구속된 노동자당 인사들 꼭대기에 룰라가 있다고 룰라를 구속시켜 2018년 대선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극우 정치인 보나우소루가 대통령이 되게 사법부가 뒷받침했다.

브라질은 사법시스템이 특이하다. 검사가 판결까지 한다. 판사는 수사 판사가 되어 용의자를 지목해 도청을 지시할 수도 있고 가택수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용의자를 기소를 해서 공판 판사에게 넘기는 것이다.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인데 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룰라가 현재 구속되어 있는데 정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룰라는 12년 구형을 받고 지금 구속되어 있다.

구속되기 전 룰라에게 기자가 물었다. “후회되는 것 없나요?” “후회되는 것 많지요. 그 중에서 제일 후회되는 것은 내가 대통령이었을 때 새로운 언론규제를 하원에 발의하지 못한거죠. 9개 가문이 브라질 전체 언론을 경영하잖아요.”

룰라가 구속되기 직전 자신의 거처 주위에 모인 노동자당 지지자들에게 한 마지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정한 사법체계라면 제시된 증거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죠. 제가 이 나라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수 백만명의 다른 룰라가 저를 대신 할 테니까요. 제 사상을 멈추게 하려고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벌써 다 퍼져서 잡아 가둘 수가 없어요. 제 꿈을 중단시키려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꿈꾸기를 그쳐도 여러분의 정신과 꿈을 통해 꿈을 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심장마비가 오면 모든 것이 끝나라라 생각하는 것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말이 안돼죠. 제 심장은 여러분의 심장을 통해 뛸 것이며 수백만의 심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자들은 하나, , 백 개의 장미를 죽일 수 있어도 봄이 오는 것은 절대 막지 못할 것이며 우리의 투쟁은 봄을 찾고 있습니다.”

 

이 연설을 마치고 지지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룰라는 자신의 걸음으로 감옥으로 들어갔다.

<위기의 민주주의>를 보면서 기득권 동맹은 강고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민주주의 세력의 약한 고리가 형성되었을 때 그 틈을 벌리며 재빨리 치고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남미에서 선서로 집권한 두 번째 좌파정권은 브라질 사법부쿠데타로 무너졌다. 민주주의 세력은 권력을 가졌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개혁을 다해야 한다는 뼈져린 자각을 안겨주었다. 42년생 바이든이 올 해 미 대통령이 되었는데, 45년생인 룰라가 다시 한번 더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브라질의 봄의 환생을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홍기원 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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