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 선생의 113권짜리 잡학사전", 2025 임원경제지학교 개강
수정 : 2025-04-04 08:13:27
"서유구 선생의 113권짜리 잡학사전", 2025 임원경제지학교 개강
지난 2일 율곡문화학당(구 법원초등학교)에서 '2025 임원경제지학교'가 개강했다. 본 강의는 파주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특화프로그램 <모두함께 아티비티Everybody Artivity>의 5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파주 출신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10회차로 살펴보는 강의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임원에서의 삶을 일구는 도리'를 밝히기 위해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였던 풍석(楓石) 서유구가 약 40년에 걸쳐 집필한 113권짜리 방대한 책이다. 첫 강의를 맡은 임원경제연구소 정명현 소장에 따르면 '임원((林園)'은 농촌을, '경제(經濟)'는 살림을 뜻하며 '지(志)'는 기록이란 의미다. 농사부터 화훼, 의복, 요리, 사냥, 건강 및 예술과 관혼상제, 심지어 돈 버는 법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16개 분야로 기록한 백과사전이다.
첫 강의의 주제는 '정약용과 서유구의 실용학은 어떻게 차이나는가'였다. 참가자들은 먼저 파주장단 출신 서유구의 생애와 사상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유구는 다산 정약용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3대가 모두 벼슬을 지낸 명문 사대부 집안 출신이다. 또한 젊은 사대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경사강의'에서 임금(정조)이 낸 579문제에 181개의 답안(전체의 약 31.3%)이 뽑힌 당대 최고의 학자이기도 했다. 정약용의 답안은 117개가 채택되었으니 64개 더 많은 셈이다. 고향인 파주장단으로 귀농한 후 관념적인 경학(철학)과 경세학(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학문을 끊임없이 추구한 것이 정약용과 다른 서유구만의 특징이라고 정 소장은 밝혔다.
이어서 임원경제지의 주요 내용을 개괄적으로 훑어보는 강의가 진행됐다. '근본에서 이익이 난다'는 뜻으로 농사 전반에 관한 기록인 '본리지(本利志)'를 시작으로 각종 작물을 심고 가꾸는 법, 옷 만들기, 물고기 잡는 법, 집 짓기 등 의식주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조선시대 요리법을 엿볼 수 있는 '정조지(鼎俎志)'를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이 컸다. 이 책을 바탕으로 쓰인 현대의 요리책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선 몇몇 참가자들이 휴대폰을 들어 책 제목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임원경제지'에 등장하는 파주 이야기도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책의 11번째 주제인 집 지을 터를 찾는 방법에 관한 '상택지(相宅志)'에 명당에 관한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명현 소장은 파주 마산역촌(지금의 파주읍 파주리와 백석리 마산마을 일대)을 예로 들며 파주 땅의 명당에 관한 강의를 이어갔다. 참고로 '상택지'에는 마산역촌 이외 화석정(파평면 율곡리 임진강변의 정자), 우계(파평면 눌노리 우계마을 일대), 내소정(문산읍 장산리 임진강변의 정자), 용산(진동면 용산리 일대)도 명당으로 기록돼 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각자의 관심 분야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우는 참가자들이 여럿 보였다. 조선 후기 최대의 백과사전인만큼 '임원경제지'가 현대인들의 다양한 취향과 관련된 내용을 한두 가지쯤은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파주 봉서산에서 벽돌에 나왔단 얘기에 관심을 보였으며, 다른 참가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원본이 없는 걸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임원경제지'의 원본은 현재 오사카 부립도서관에 있다. 이에 대해 정명현 소장은 일제의 약탈로 보이지는 않고 누군가 원본 전체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25 임원경제지학교'는 6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율곡문화학당 다목적실에서 열린다. 다만 6~8회차에 한해 토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강의가 있으니 참가에 유의하여야 한다. 첫 강의가 '임원경제지'의 대표적인 내용을 맛 보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강의는 16개의 지(志) 중 9개를 뽑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다 깊은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최홍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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