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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옆나라 <1> 북한의 설 풍경

입력 : 2025-02-18 06:00:35
수정 : 0000-00-00 00:00:00

먼나라 옆나라 <1> 북한의 설 풍경

 

 

음식(떡국, 송편 , 돼지고기)

북한 사람들은 설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우리와 마찬가지로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나이만큼의 떡국떡을 먹어야 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실제로 떡을 세어 먹는 사람은 없다. 떡국 육수로는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육류이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주요 매체들에서 대표적인 설음식으로 떡국과 녹두지짐(녹두로 만든 전) 등을 소개하지만, 실제로 설에 녹두지짐을 해 먹는 집은 드물다. 녹두지짐은 감자전과 마찬가지로 소주나 막걸리 안주로 즐겨 먹고, 간식거리로 즐기기도 한다.

떡국과 함께 즐겨 먹는 설음식에 송편이 있다. 남한에서는 주로 추석에 많이 먹지만, 북한에서는 설에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돼지고기, 생선 같은 것들도 특정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별식 중의 별식이다. 달걀, 두부 같은 음식들도 북한에서는 늘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별식을 먹을 수 있는 설날을 기다린다.

 

오락(윷놀이, 사사끼)

아이들은 연날리기, 썰매타기 등으로 설 분위기를 내고, 어른들은 윷놀이를 하거나 주패(카드놀이를 이르는 북한 말)로 사사끼(카드놀이의 일종)를 한다. 사사끼는 카드와 사람 2명 이상만 있으면 가능한 데다가, 방법도 쉽고 재밌어 지역과 성별, 연령대를 불문하고 오랜 기간 북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설 인사와 여행

가족들과 설을 보내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거주지에 있는 학교의 담임 선생님이나 기업소(기업)의 당위원장, 지배인 등 조직의 책임자를 찾아가 인사를 한다. 부모님이 가까이에 사신다면 당연히 찾아가지만, 대체로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가족들이 전부 모이는 것은 설날이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가 결혼하거나 상을 당했을 때에야 가능하다. ()의 경계를 넘어 이동할 때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증명해 주는 것이 여행증명서인데, 이것을 발급할 때 여행목적란에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혹은 부) 병 위급’, ‘조카 결혼식’, ‘제사등이다. 여행증명서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라는 목적은 용납되지 않는다. 반드시 가야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경제 영역에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속도전을 추구하는 북한이지만, 정치·사회문화 영역에서는 왕조체제와 같은 사회시스템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유와 행복이 찾아오기를 기원해 본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회보 하늘지기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민족화해위원회와 저자 이은혜(가명, 시민 작가)님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원문 : 하늘지기 |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peac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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