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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의 두 얼굴 가뭄과 홍수, “모아두면 돈이 된다”

입력 : 2022-08-19 05:15:32
수정 : 0000-00-00 00:00:00

조합원 기고

빗물의 두 얼굴 가뭄과 홍수, “모아두면 돈이 된다

 

전종호(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 이사, 전 선유중학교장)

▲ 대전의 빗물저금통을 아이들이 견학하고 있다 

 

단 하루의 기습폭우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그것도 강남 공화국이 가라앉았다. 높이와 외관을 돈으로 환산하는 천박한 경제 관념에 대한 폭격이라는 시각, 위정자들의 무개념과 무능을 입에 올리는 정치적 비난, 기후변화, 도시 건설의 취약점과 빗물 배수의 문제점 등 입에 거품 물고 비판하는 이야기는 실로 다양하다.

그런데 이번 기습폭우를 보면서 감정적인 비판에서 벗어나 빗물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이번 폭우 피해를 통해 빗물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인류문명이 빗물을 이용한 농경문화에 기초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빗물을 너무 몰랐고 하찮게 무시하고 살았다.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4대강 사업조차도 강물의 직선화와 저장에만 신경 썼지, 강이 통과하는 주변 도시 내부의 빗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못했다.

 

▲  빗물 이용도

 

빗물을 잘 이용하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댐이나 운하가 아니더라도 빗물을 잘 이용하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도 있다. 모아두면 돈이 된다. 물 사용이 많은 세차장이나 목장은 그 효과가 더 크다. 산골짜기에 물 모이를 해 두면 헬기로 저수지나 호수에서 물을 퍼 올리지 않아도 대형 산불을 더 수월하게 잡을 수도 있다. 강남의 대형 건물들과 대단지 아파트에 대형 저류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폭우에 거리로 급속히 물이 차 오르거나 급류로 골목을 휩쓸지는 못했을 것이다.

 

빗물 관리 못해 물부족국가 오명

지금까지 빗물은 우리에게 배수의 대상이었지 활용의 관점은 아니었다. 연평균 강수량이 700mm도 안 되는 독일에서는 빗물을 잘 활용하여 물 부족 현상에 대처하고 있는데 반해 1,100mm정도인 우리는 빗물을 관리하지 못하고 낭비하여 물 부족 국가가 되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 파주는 빗물의 최대 피해 지역이었다. 1965, 1996, 1999년 큰 물난리는 그렇다 치고, 그 밖에도 빗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는 해마다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임진강 범람이 주요 원인이어서 임진강 수계 관리가 중요했다. 하지만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선 후부터는 불투수층이 많은 남부의 대규모 아파트 주거지역에 대한 빗물 피해에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운정 신도시는 빗물을 고려하지 못하고 설계한 강남과는 다르고, 운정 호수공원이 비상시 거대 저류조로 활용되어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더 높은 연도의 빈도의 폭우를 대비하여 호수공원-소리천-공릉천-한강의 연결통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 서울시의 빗물 저금통 사례

 

파주시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또 하나의 지점은 대형 저류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주택단지와 일반 가옥, 난립하는 소규모 공장들이다. 시 당국은 이것들의 빗물 처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파주시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범사업을 벌여 빗물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가구와 마을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물모이, 지상 우수관, 빗물저금통

마침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눌노리 평화마을이 건설 중이다. 이 마을은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하여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뿐만 아니라, 마을에 떨어지는 빗물을 한 방울도 허투루 흘러가지 않도록 물모이를 한다고 한다. 35 톤 저류조에 빗물을 모아 마을 안 길을 흐르도록 수로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집을 지을 때 우수관을 지하로 묻어 밖으로 빼내도록 하고 있으나, 이 마을은 우수관을 지상으로 들어 올려 마을 경관 및 온도, 습도 조절용으로 마을을 순환하게 하고 중간중간에 수조를 설치해 청소하거나, 가로수에 물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뿐만 아니라 각 개인주택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빗물 저금통’(1)에 모아 양변기 용수나 청소, 조경용수로 쓰기로 한 것이다.

 

빗물 저금통 지원 등 시범 사업 벌이자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따라 빗물 이용에 대한 정부, 지자체의 권장과 독려도 점차 늘고 있다. 수원시나 광주광역시 등의 거리 청소용 빗물 저장과 서울시의 빗물 저금통 지원 정책과 성과가 돋보인다. 아쉬운 것은 대개 공공기관 외에 민간기업의 실적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파주시도 관련 조례가 있으나 실행 업적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시범사업 등을 통해 빨리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빗물 이용은 기후변화 대책의 명분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주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업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이다.

치수는 치국이요, 도시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비롯하여 파주시 시 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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