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대학생 농장 실습중 사망, 언제까지 실습생의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수정 : 2022-07-14 07:05:31
조합원기고
농수산대학생 농장 실습중 사망, 언제까지 실습생의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독자 박소민
지난 6월 20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화훼 농가에서 장기 현장 실습 중이던 대학생이 비료를 섞는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대학생은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이었다. 안전 장치 하나 없이 작동된 기계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던 안타까운 안전 사고를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사고 후 조사 과정에서는 피해 학생이 실습 중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으며, 산재 보험 또한 가입되지 않은 채 일해 왔던 것이 드러났다.
이 안타까운 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슬퍼했고 분노했다. 학교 커뮤니티에는 자신도 현장 실습 중 사고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고 토로하는 2, 3학년들도 나타났다. 숨진 학생이 안전 장치 없이 기계를 다뤄야 했던 것처럼, 장기 현장 실습 과정을 밟고 있거나 거쳤던 학생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장갑 하나 없이 농약을 살포해야 하거나, 안전 장비 없이 제초 작업을 해야 하거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20kg에 달하는 포대를 맨몸으로 옮겨야 하는 일은 흔했다. 학생들은 값싼 실습비만을 지급받으며 길면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했다. 언제 누가 크게 다쳐거나 숨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환경에 수많은 학생들이 노출되어 있던 셈이다.
학교에서는 사고가 있은 지 며칠 후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는 사고 발생 직후 모든 실습지의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습지 개선에 힘쓰겠다고는 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실습 중인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에 찾아와 학생들과 간단한 면담만 나누고는 실습지는 방문해 보지도 않은 채 돌아가거나, 심지어는 전화를 통한 설문만으로 안전 점검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동안 실습 학생들의 부상과 사고에도 묵인해 왔던 학교는 이번 사망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듯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만은 처음이었을지 모를 실습생 사망 사고는 여지껏 여러 번 있어 왔다. 2021년 10월에는 여수의 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 실습생이 업체 대표의 지시로 선박 아래의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2020년 한국해양대학교에서는 3학년 실습생이 실습기관사로 외국 선박에 타 출항한 지 닷새 만에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지속적인 특성화고·특수대학 실습생 사망 사고 소식에 언론에서는 ‘또’라는 부사를 뉴스마다, 기사마다 써 내려간다. 그럼에도 사망 사고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개선되지 않는 위험한 현장에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해 줄 수 있을까. 학생들이 학교와 실습지에 요구하는 ‘안전한 실습’과 ‘정당한 대우’는 그렇게나 실현되기 어려운 일인 걸까?
#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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