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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훼손한 자연, 자연이 되돌리다!- 갈곡천 이야기 

입력 : 2024-08-26 09:18:59
수정 : 0000-00-00 00:00:00

인간이 훼손한 자연, 자연이 되돌리다!- 갈곡천 이야기 

 

                                     시민과학자 정주현 글,사진

 

필자는 올여름을 갈곡천 준설공사 문제로 뜨겁게 보내고 있다. 파주읍은 작년 11월 말에 갈곡천에 준설공사를 진행했다. 사업의 목적은 풍수해 예방이다. 이때 공사 규모는 파주읍의 과업지시서 기준 1km였지만 실제 공사 규모는 약 1.5km, 면적은 문산천권역 하천기본계획안(국토교통부)의 지표 기준으로 최솟값을 적용시 14,750 이상이다. 이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법 기준인 10,000를 훌쩍 뛰어넘는 넓은 면적이다.

 

 

                                    <준설공사가 완료된 현장>

 

하지만 파주읍은 이를 가리켜 통상적인 하천의 유지·관리를 위한 공사이기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채 하천공사를 강행했고 이로 인하여 하천기본계획안에서 지정한 복원·보존 지구인 해당 공사 구간은 처참하게 환경이 파괴되었다. 이는 생태계 파괴와 더불어 환경영향평가법의 제정 목적을 몰각시키는 탈법적 행정이고, 상위 기관이 내린 지침인 하천기본계획안의 지침들도 모두 무시한 행정으로 그 어떤 면에서도 옳은 점이 하나도 없는 예산 낭비까지 겸한 공사였다. 그리고 이 공사로 인하여 갈곡천에 서식 중인 멸종위기종들도 서식지를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하여 파주읍은 아직도 그 어떤 사과와 복원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파주읍은 풍수해 예방을 목적으로 준설공사를 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 공사는 필요가 없는 공사였다. 이는 누구나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는 문산천권역 하천기본계획안의 자료를 보면 갈곡천의 수위는 자연적으로 제어가 되는 평형하천이라고 나와 있다. 세굴과 퇴적의 양이 자연적으로 조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갈곡천의 경우 상류의 세굴이 심한 지역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즉 갈곡천은 기본적으로 상류의 세굴이 심한 하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형을 이루는 하천이다. 그렇다면 갈곡천의 유지·관리하는 방법은 지금처럼 하천의 중·하류를 포크레인으로 뒤엎어서 물길을 넓히며 갈천화를 유발하는 공사가 아니라 상류에서 세굴이 심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천의 토양을 보호할 장치를 설치하거나 토양을 잘 잡아줄 식물을 식재하는 방법으로 관리가 되어야 한다.

 

 

 

 

 

 

<하도개선 사업이 갈곡천 수위에 효과가 없음을 나타내는 자료들(하천기본계획안)>

 

 

필자는 이 문제를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하고, 자료를 찾고 기록하며 대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행정적인 문제, 수문학적 문제, 법적인 문제 등 여러 면에서 할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이 일들은 상급 기관의 유권해석을 받고, 자료를 분석하는 일 등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차차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 진행 여부에 따라 차후 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 알릴 계획이다. 대신 이 지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파주읍이 즉 인간이 행한 생태계 파괴 행위를 자연이 되돌린 사건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올해 파주에는 7월 중순 약 2주간 강한 비가 이어졌다. 그래서 갈곡천에는 법원관측소 기준으로 역대 7월 최대 강우량이 내렸다. 이는 하천기본계획에 기록된 2011년의 지난 20년간 역대 최대 강우량에는 못 미치지만, 2011년 이후 최대 강우량이었다. 그런 탓에 갈곡천 상류에서는 많은 세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상류의 자갈들이 중·하류로 떠밀려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작년 11월 포크레인이 밀어버려서 인공적으로 평평해졌던 갈곡천에 자연스러운 모래톱과 물길의 굴곡이 생겼다. 다시 갈곡천이 자연 하천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그러자 반갑게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등록된 국가보호종인 흰목물떼새들이 최소 일곱 마리가 서식하는 것이 발견됐다.

 

                                     <흰목물떼새 일곱 마리>

 

 

 

 

 

 

 

<올해 번식한 흰목물떼새 개체들>

 

그간 흰목물떼새는 갈곡천에 서식했다. 하지만 작년에 하천공사가 이뤄진 후 흰목물떼새들은 잠시 하천을 떠났었다. 그러다가 인공적으로 파괴된 하천이 봄에 내린 비와 자라난 풀들로 인해 자연의 모습을 간신히 조금 복원하게 되자 올해 6월에 다시 두 마리가 돌아왔고 7월에는 세 마리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리고 장마가 지난 후 하천이 자연에 의해 다시 자연성을 회복하게 된 8월에는 그 숫자가 무려 일곱 마리가 목격되고 있다.

 

파주읍은 이 현상에 관해 모니터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왜냐면 국토부가 발간한 하천기본계획안과 환경부에서 발간한 하천의 유지·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이런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하천은 하천관리를 담당하는 곳에서 모니터링하고, 서식지를 보호할 방법을 계획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파주읍의 모습으로 미뤄보아 필자는 걱정과 고민이 앞선다. 인간이 망친 자연이 다시 자연의 힘으로 복구된 현재 어떻게 갈곡천 생태계를 잘 지켜나가고, 특히 야생생물 멸종위기 2급에 해당하는 귀한 손님인 흰목물떼새의 서식지를 잘 지켜나갈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다. 지금 목격되는 흰목물떼새들을 보면 올해 갈곡천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맞은 개체들도 보인다. 그러면 갈곡천이 분명하게 법적보호종의 서식지이자 번식지라는 말이니 갈곡천의 보호가 더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또한 이제 두 달 후 10월 중순이 넘어가면 시베리아와 몽골 등지에서 갈곡천으로 찾아오는 귀한 손님들이 있다. 갈곡천을 찾는 겨울 철새 중 상당수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등급에 해당하는 개체들이다. 잿빛개구리매, 독수리, 큰말똥가리, 큰기러기, 털발말똥가리 등이 그렇다. 이들은 이곳을 사냥터와 서식지로 삼으며 내년 3-4월까지 머문다. 파주읍은 이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인 갈곡천을 어떻게 잘 보호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여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무감각하게 일삼아 왔던 잘못된 갈곡천 관리 방법을 폐기하고, 최소한 환경부와 국토부가 발간한 기준에 맞춰서 갈곡천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발간한 문헌만 보더라도 갈곡천의 생태계 보호와 더불어 홍수 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세세하게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갈곡천에 찾아오는 귀한 존재들을 더 세심히 보호할 방법을 찾음과 동시에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될 관광 자원화를 꾀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근래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커지기 시작하는 탐조 모임들이 있다. 이 경향을 보면 서울과 고양시에서 꽤 가깝고 한강이나 공릉천처럼 넓은 면적이 아님에도 다양한 종류의 희귀 조류를 만날 수 있는 황금어장 같은 갈곡천을 탐조나 생태 교육 프로그램의 장으로 잘 가꾸면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파주의 다른 지역과 수도권에서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갈곡천을 방문한 사람들이 파주읍에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소비를 할 것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이것이 친환경적이면서 파주읍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행정이 아닐까 싶다. 이제 남은 것은 갈곡천을 향한 파주읍의 새로운 시선과 상식적이면서도 올바른 판단이다.

 

 

 

 

잿빛개구리매 수컷

 

 

독수리

 

 

큰말똥가리

 

 

큰기러기

<가을에 갈곡천을 찾아와 봄까지 머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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