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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㊲ 한방차와 생활차 차뜨락

입력 : 2016-06-23 13:52:00
수정 : 0000-00-00 00:00:00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 천상병 시인의 ‘귀천’

 

 

2000년 초 ‘인사동 속의 인사동’ 이라고 인사동의 정겨운 골목길과 건물 안에 마당을 둔 쌈지길을 만들 때에 거의 매일 인사동에 출근하면서 찻집 ‘귀천’에 자주 들렀었다. 천 시인의 천진무구한 사진 속의 미소가 좋았고 쓴 쌍화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달달해지는 맛과 걸쭉하고 달콤한 대추차에 중독되었었다.

 

정겨운 ㅁ자 집의 추억

까맣게 잊고 지냈던 인사동의 맛과 멋의 정취를 여기 파주 대동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고 기쁘다. 프로방스 마을을 지나 한참 가다 보면 ‘메주꽃’이라는 한정식집 동네 조금 못 미쳐 좌회전하여 500m, 누구 소개가 아니면 절대 찾아지지 않는 곳 ‘전통찻집 차뜨락’이다. 작년 11월에 야트막한 언덕에 집짓고 정원을 만들어 꽃을 심고 나무를 심고 하루종일 뜰 손질에 바쁜 이나경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으로 현명한 여인이었다.

 

20년 동안 패션 비지니스를 하셨단다. 숙녀복을 기획하고 디자인을 하여 오랫동안 일본에 수출했었고, 아직도 규모는 작지만 여전히 원단을 만지며 늘 머릿속에 옷 만드는 일이 가득하지만 지금은 쿠션이며 방석이며 커튼을 만들어 찻집을 꾸미는 일이 더 즐겁단다.

 

 

옛날 재료 찾아 기둥과 서까래 올려

안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 모양으로 지붕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ㅁ자 집에서 자란 이사장님은 늘 어린시절의 그 집이 그립다. 언젠가 다시 살고 싶은 그 집을 이곳 찻집에 옮겨 ㅁ자로 만들었다. 천장을 유리로 막아 하늘을 보며 빗소리를 들으며 달빛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여 찾은 옛날 재료로 기둥과 서까래를 올리고 생긴 대로 잘 다듬은 차탁도 멋져 인사동에 가야 볼 법한 공간을 만들었다.

 

메뉴는 차와 간단한 식사가 있다. 차 종류는 한방차와 전통차, 팥빙수, 수수부꾸미가 있고 식사로는 연잎밥, 떡 만둣국 한상차림이 있는데 보기도 좋고 맛도 그만이다. 쌍화차는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계피, 감초 등 열 여섯가지의 한방재료를 넣고 불과 물 조절을 해 가며 여덟시간을 뭉근하게 끓여낸다. 작가가 만든 제 각각의 도자기 컵에 한 잔을 마시니 후끈하니 속이 편하다. 대추차는 대추를 일곱 시간 푹 달여 달달한 맛에 피곤이 싹 가신다. 난 특히 쌍화차를 마시며 인사동 생각에 잠시 잠겼었다.

 

 

나의 인생 빛나는 노후

“파란 하늘을 앉아서 바라보며 깊은 심호흡을 할 때, 밖을 내려다 보면 돌 사이의 작은 풀 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하나 둘씩 꽃을 피울 때, 손님이건 친구건 함께 도란도란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이면 외롭지 않게 빛나는 노후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차뜨락 주인의 생각이다. 내년엔 차뜨락 한 귀퉁이에 만든 텃밭에 완두도 심고 바질도 심어 식재료로 쓰기도 하고 한 아름씩 손님에게 선물하고 싶단다. 한 살 두 살 더 나이가 들어 풍성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삶을 차뜨락을 찾아오는 손님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우리를 감동케 한다.

 

 

 

차뜨락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 339번길 5-88(대동리 413-1) 

031.949.0409 

연중무휴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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