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㊷ 새말기사식당

입력 : 2016-09-21 15:37:00
수정 : 0000-00-00 00:00:00

 

보름이 가까워오니 달에 배가 불러온다. 달 시와 달 그림을 그리는 권대웅 작가의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의 싯귀이다.

 

천둥 호박이 부풀어 오르는 가을밤이면

두둥실 그리움도 여물어

지상의 외로운 그대 만나러 온다

보따리 가득 머리에 이고

아들 집 오는 어머니처럼

다 나누어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달의 마음

 

추석이면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산천과 부모님 생각에 저만치 떠오른 달을 보며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언젠가 만날 것이라 믿으며 멀리도 못 가고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콩비지 맛을 못 잊어 금촌역 뒤 새말지구에서 30년이 넘도록 콩비지 집을 하는 실향민의 딸, 다섯 중 맞딸인 안명제씨가 운영하는 <새말기사식당>에서 실향민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개풍군에서 내려온 아버지는 3년전 돌아가시고

개풍군 임한면에서 세 달만 남쪽에 다녀오라는 부모님 말씀에 두 형님과 나이 15살에 내려왔다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 소식을 끝내 듣지 못한 채, 3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아버님은 음식으로 고향 시름을 달래셨다. 처음엔 개성만두를 만들어 파시다가 이 곳 장소로 옮기셔서 콩비지를 만드셨는데, 멀리서 찾아오는 이북식 콩비지 맛을 못 잊어 오시는 기사 분들이 많아 한때는 북적북적한 잘 나가는 기사식당이었다.

 

고즈넉한 골목길이 지켜져서 새말이 서촌처럼 되었으면…

새말이 재개발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이곳은 집수리도 못하게 되어 살기 힘들고 빈집이 하나 둘 늘어나는 마을로 변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지금은 고즈넉하게 소박한 뒷골목이 그대로인 마을이 되었다. 난 이곳을 발견하고는 어릴 적 친구를 만난 듯 보고싶은 거, 하고 싶은 말이 술술 터지는 느낌이었다.

 

금촌역 뒷길이어서 개발되면 도심에 이점을 충분히 누리겠지만 서울의 북촌이나 서촌처럼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 나만의 희망일까?

 

 

이북식 콩비지 찌개, 실향민의 맛

이 집의 콩비지 찌개는 진하고 구수하고 잘 삭혀진 오래 끓인 깊은 맛이 난다.

 

하루 밤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간다. 콩비지는 아주 곱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게 살짝 씹히는 맛이 있게 간다. 육수는 돼지 등뼈만 골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하고 나서 5시간 푹 고운 물에 묵은지 넣고, 갈은 콩 넣어 푹 끓여낸다. 여기에 한 상 가득 나오는 반찬들은 직접 농사 짓거나 이웃에서 가져온 자급자족한 채소, 양념이어서 특히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맛깔스럽다.

 

음식으로 평화와 통일을

여름철 별미 콩국수도 있다. 이 집 콩국수는 콩을 갈아서 거른 맑은 콩물에 국수 맛이 유난히 깔끔하고 구수하여 한 번 온 사람은 잊지 못해 찾는다 한다.

 

정치는 남과 북을 가르지만 음식에는 남과 북이 없다. 북한에서 먹었던 음식을 찾는 사람들에게 고향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야말로 생활에서의 평화요, 통일이 아닐까?

 

 

 

<새말기사식당>

주소: 파주시 금촌3동 34-4 / 경의로길 1791

새벽6:00-밤9:00시까지 / 연중무휴

안명제 010-9618-8910

 

 

 

#48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