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이야기 (42) 전곡리 구석기 유물은 왜 유명할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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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이야기 (42)
전곡리 구석기 유물은 왜 유명할까? <1>
고인돌은 교하의 하지석리의 산책로에도 대수롭지 않게 놓여있다. 구석기 유물은 그만큼 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전곡리의 구석기 유물은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호모 에렉투스 Home erectus(직립한 사람)’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인류사에 차지하는 위치가 막중하다. 최초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호미닌으로 지구의 어디까지 진출했었는지가 학계의 중요한 관심사였기 때문에 전곡리에서의 발견은 세계적인 충격이었다. 에렉투스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아시아의 동쪽 끝까지 진출했다는 증거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흔히 ‘고인류’라고 한다. 호모라는 이름을 단 ‘호모 하빌리스(손 재주꾼)’도 있었지만 두발 보행을 처음으로 시작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아종으로 분류되고 있어서 한 끗 밀린다(로빈 던바,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그리고 그들은 생존했던 200만 년 동안 아프리카 인근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최조의 사건은 ‘호모 에렉투스’에 의해서였고, 그들이 어디까지 진출했는가는 중대한 관심사였다. 한편 고인류의 유물은 언제나 유럽에서만 발굴되었다. 때문에 아시아는 변방처럼 여겨져 내심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 1895년에 최초로 발견된 프랑스 북부의 생 아슐(saint- acheul)에서 이름을 딴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말한다. 사진 : 전곡선사박물관)
그렇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서 18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는 ‘주먹 도끼’ 하나를 들고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를 차지한다. 230만 년 전의 유물에서 ‘호모 하빌리스’도 돌도끼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에렉투스가 사용하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주먹도끼는 에렉투스의 흔적이며 증거다. 언뜻 보기에는 엉성한 돌덩이에 불과한 주먹도끼가 발견되는 곳은 바로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한국의 고고학계는 이 유적을 약 27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한다. 18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난 그들이 약 30만 년 전까지도 한반도에 살았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호모 에렉투스의 흔적은 놀랍게도 18,000년 전까지 이어져 있다. 최근에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화석은 키가 약 1m, 뇌 용량은 400cc로 아주 작아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에 비유되고 있는데 불과 18,000년 전까지 생존한 것이다. 정식 학명은 ‘호모 플로렌시스’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고립된 채 진화한 ‘호모 에렉투스’로 알려졌다.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출발한 호모 사피엔스가 가는 길은 호모 에렉투스는 물론이거니와 네안데르탈인 같은 인류의 사촌 종들의 멸종의 길이기도 했다. 섬에서 고립되었던 것이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해서 씁쓸하다.
과학책을 읽는 보통사람들 회원 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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