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꽃이]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최혜진, 북라이프
수정 : 0000-00-00 00:00:00
신간책꽂이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최혜진, 북라이프
엄마가 되어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 하는 걸 좋아해서 평생 워커홀릭으로 살 줄 알았던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 날을, 집으로 돌아와 두 아이를 마주했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 삶의 주축이 된 가사와 육아가 버거워 하루에도 몇 번씩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던 그 세월을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가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6년째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 그림책을 선정하는 일은 제 일상의 낙입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그림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제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영미권 그림책으로 시작해 유럽의 그림책, 일본의 그림책을 거쳐 요즘엔 우리나라 그림책에 푹 빠져 지냅니다. 그림책 신간 알림 메시지가 울릴 때마다 제 가슴도 콩닥콩닥, 나도 모르는 사이 책방을 기웃거리고 있답니다. 그림책은 제게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전작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로 저를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10인의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로 안내해주었던 최혜진 작가의 신간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를 만났습니다. ‘외롭고 지치고 상처받고 혼란스러운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21편의 그림책 처방전을 담았답니다.
책의 구성이 독특합니다. 최혜진 작가는 그림책에 기대고 싶은 독자들의 고민을 담은 편지를 직접 받아 마음을 다해 읽고 도서관과 서점 구석구석을 뒤져 추천할 그림책을 찾아내고 글을 써서 답장을 합니다. 책은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스물한 명에게 보내는 스물한 편의 처방전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전문적인 심리상담가도 아닌데 이런 글을 써도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를 읽으면서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었던 딱 맞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림책의 힘이겠지요. 그림책은 이제 저의 내밀한 마음으로 향하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글쓰기> 저자 김정은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