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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

입력 : 2022-11-14 01:05:30
수정 : 2022-11-15 00:24:49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

 

<편집자주>

10.29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 지면은 10.29 참사가 우리에게 준 상처를 돌아보고자 만들었습니다. 참사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경찰과 소방당국의 대처, 자영업자와 그 자리에 있던 시민들의 역할에 대해서 꼼꼼이 돌아보아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에 책임져야할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할 말이 많습니다. 다만, 오늘 이 지면에서는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합니다. 생존자의 아픔을 들어보면서 우리가 몰랐던, 우리가 지나쳤던 것을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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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어떤 감정이 오늘 힘들게 했냐고 물으셨죠. 오늘 언론에 혼자 목이 쉬어라 터져라 사람 통제하는 경찰관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구출된후 참사현장 근처 새마을 회관이라는 술집에서 안으로 들어와 몸을 피하라는 말에 친구와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경찰관을 저도 보았고처음으로 압사..?로 사람이 죽었다고인지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언론에 나온 것 처럼 그분 혼자서만 통제한건 아니었습니다.

새마을 회관 이라는 술집 사장과 직원들이 모두 가게를 내팽겨치고 따라 나가서 통제를 도왔거든요. 뿐만 아니라 저를 처음 대피하게해준 참사현장 근처 와이키키 술집 직원들도 문을 열어 저와 다수를 구해주셨고, 그 분들도 가게를 뒤로하고 야광봉으로 온 몸으로 참사현장으로 입장 하는 새로운 유입의 사람들을 막고 통제했습니다. 참사현장 근처 술집들 왜 음악을 저리고 안끄냐고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냐며 sns에서 욕을 많이 하더라고요. 음악을 안끈게 아니고본능적으로 달려나가 통제하느라 음악을 끌 사람이 없었던 거였어요. 통제가 된 후 12시가 넘어서는 잠깐 들어와서 음악을 끄셨거든요. 무자비하게 주변 상인들을 욕하는 sns를 바라보며 무력감을 느꼈고 화가 나고 원망 스러운 감정이 무지막지하게 올라왔어요.

현장에 있지 않던 당신들이 도대체 무엇을 아냐고, 보이는게 전달되는게 전부는 아닌거라고외치고 싶었지만... 언론에서는 주변 상인들이 얼마나 도왔는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잖아요 관심도 없는 것 같고요.”

 

선생님은 참사 현장에서 무언가 행동을 하지 않고 도망치듯 집으로 온 것에 대해 현장에서 충분히 애도를 하지 못해 미안함과 자책이 있는 것 같다며 이태원역에 가서 추모하길 권하셨어요.

그길로 곧장 이태원으로 향했습니다. 선생님, 가는 길 내내 심장이 두근 거리더라고요. 왜냐고요? 그냥 내가 미움받을 까봐요. 그냥... 그 어린 영혼들이 나를 미워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이태원 꽃집 keepeen 이라는 곳 사장님이 인스타에서 추모가시는 분들을 위한 무료 국화꽃을 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든 오셔서 가져가세요, 시간 상관 없이 가게 문이 닫혀도 가게 앞에 배치해두겠습니다이 글을 보고 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누군가 일면식도 없지만 함께해준다, 그리고 함께 기꺼이 동행해준 친한 언니도 저의 추모 길을 응원해주었어요. 꽃집에 들러 국화꽃을 가지고, 이태원역 1번출구에 도착해서 편지를 쓰고 붙이고 헌화를 하고 절을 두 번 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어요.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며 누구에게든 베풀며 살아갈게요.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이 많이 풀렸습니다. 응어리 진 것이 풀려나가고 가슴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요. 오길 잘했다 싶었고요.”

 

아 정말 생각할수록 핼러윈은 잘못이 없어요. 이태원도 잘못이 없구요. 그런데 너무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어요. 곧 또 국화꽃 놓으러 이태원에 갈 거에요. 가서 더 당당히 이태원에서 밥도 먹고 올거고...내년에도 핼러윈 분장 끝장나게 하고 이태원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들은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뉴스에 방송과 공연계에서 핼러윈 이라는 단어가 이제 사용 못한다는 뉴스가 나오네요.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걸 어른들은 정말...모르나봅니다.”

 

재난과도 같은 고통을 겪으면 사과하고 싶은 마음과 사과 받고 싶은 마음이 함께 오는 것 같더라고요.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애도를 하며 사과를 하러 다녀온 후, 저는 그들에게 사과 받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피해자들에게 헌화를 하고 절을 하며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요.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며 갚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던 것처럼. 그들이 그렇게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유감스럽니다라는 말이 왜 이리도 듣기 싫을까요. 더 직관적으로 그냥 잘못했다고 말하길 바라요. 죄송하다고 직접적으로 사과하길 바라고 있어요. 선생님. 있잖아요. 정말이지 정치 언어라는게, 대통령의 언어라는게 따로 정해져있는걸까요? 돌려말하는 것 말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국민에게 하면 안되는 걸까요?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그냥잘못했다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행정 전반을 손보겠다고. 납작 엎드려서 싹싹 빌었으면 좋겠어요.

언론에서는, 정치비평가들은 책임회피성 발언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책임회피를 넘어서 더 큰 무언가가, 대단한 아집과 고집이 있을 거예요. 당신은 아마도 주변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제대로 해본적 없은 사람일테죠. 왜냐구요? 사과를 하면 자신이 틀렸다는걸 인정해야하니까. 사과를 하면 자신의 인생 전반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걸 테니까부정할수 없을거에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을 납득하기가, 이해하기가 어려우니까 제발 그렇게 말하세요.

저는 솔직히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가, 대통령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이 글을 읽고 제가 큰일이 난대도요. 죽는 것 보다 더 할까요. 이미 한번 죽다 살아온 목숨이라 생각하고 사는 걸요. 내가 제일 무서운건, 눈 감으면 보이는 그날 그 곳의 사람들 얼굴이에요. 나는 그들을 이리도 무서워하고 벌벌 떠는데... 왜 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나요.

정말로 피해자들에게 전국민에게, 당신들은 미안하긴 할까요? 침묵으로 일관하면 살아있는 사람도 죽게 만든다는 걸 정말 그들은 모르나요? 저보다 그들이 훨씬 어른이잖아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 분이 쓴 글.

출처 소울드레서

#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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