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㉒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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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3)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는 냉전체제의 붕괴와 새로운 국제질서의 출현이라는 외부환경과 국내적으로 격렬하게 진행되었던 민간의 통일운동을 수렴하여 89년 9월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김영삼 정부 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보완을 거쳐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자리잡았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란 민족공동체 형성을 통해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정책으로서 교류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 수립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주목을 끈 것은 남북연합인데 남북의 정부는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공동사무처 등을 두어 교류협력과 통일을 추진해나간다는 구상이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 중 가장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었다. 사실 그 이전의 정책들은 통일에 대한 의지와 구체적 방법론이 없었기 때문에 통일정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통일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기반해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것은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인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이산가족 상봉 등 인적교류, 개성공단·금강산 개발 등 경제협력, 경의선·동해선 등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이 이루어졌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1단계 교류협력은 정경분리가 관건이다. 그런데 정경분리란 말이 쉽지 현실 정치세계에서 지켜지기는 매우 어려운게 남북간 정치군사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대북강경책을 주문하는 보수진영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때 미국과 국내 친미파의 압박을 견디며 교류협력을 밀고 나가는 게 보통 뚝심으로는 쉽지 않다. 조중동 보수언론들은 김대중 정부 이래 북한과의 경협을 '일방적인 퍼주기'라고 비난하고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종북 좌파'라는 낙인을 찍어 공격함으로써 한국사회는 남남갈등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교류협력은 가다 서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다가 이명박 정부 시기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5·24 조치'가 취해지면서 전면 중단되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80년대 정치학계에 풍미했던 기능주의 이론(functionalism)에 바탕한 것인데, 기능주의란 민감하지 않은 경제·사회 부문에서 먼저 교류협력이 시작되면 '파급효과(spill over)'로 인해 정치 부문에서도 점차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이론은 애당초 구분이 어려운 정치와 비정치 부문을 억지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하나의 민족이 분단돼 주도권 경쟁을 함으로써 본질적으로 정치·군사적 반목과 적대를 할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에서는 모든 사안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흡수통일론
흡수통일론이란 북한의 상황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므로 교류협력으로 숨통을 틔워주기보다는 경제제재·고립·봉쇄·압박을 통해 조기 붕괴를 유도하고,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공조해 북한을 점령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천명된 적은 없지만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속생각이다.
흡수통일론의 문제점은 그간 여러 번 지적했으므로 간략히 요약한다면 첫째,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이 별로 없으며 설령 급변사태가 와도 국제법상 독립적 주권국가인 북한 지역이 곧바로 한국 차지가 되기 어려우며, 만약 무력으로 개입할 경우 중국을 불러들여 국제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설령 흡수통일이 가능하다 해도 통일비용을 너무 많이 치러야 하기에 감당할 수 없다. 통일을 했지만 분리주의 무장투쟁이 벌어지고 중앙정부가 제 기능을 못해 납치와 테러가 난무해 각자도생의 아비규환 사회인 예멘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셋째,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시켜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조성되고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할수록 김정은 정권은 약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재체제가 더욱 강화된다. (다음 호에 계속됨)
정치학 박사·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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