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ㆍ여행학교 '꿈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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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즐겁고 설레는 아침을 맞고 있었다”
나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특별한 학교에 다녔다. 문화예술·여행학교, 일명 ‘꿈의 학교’라는 곳이었다. 방학 동안 학기 중과 똑같이 아침 8시 전에 일어나 9시까지 등교한다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이곳에 다니는 동안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꿈을 꾸듯 잠에서 깨는 것이 괴롭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학기 중과 같은 일정인데도 나는 즐겁고 설레는 아침을 맞고 있었다. 내가 ‘꿈의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은 단순히 문화, 예술이 아닌 진정한 학교의 의미였다.
오전에는 뮤지컬 수업, 오후에는 선택과목으로
꿈의 학교의 일정은 이랬다. 오전 1시까지 오전 수업은 모두 교육극단에서 오신 뮤지컬 선생님의 수업이 진행되고, 밥을 먹은 뒤에는 선택 과목을 배웠다. 선택 과목은 제과제빵, 바리스타, 기타가 있었다. 또, 월요일 오후에는 선택 과목 대신 집단상담 시간이 들어갔고, 수요일 오후에는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매주 토요일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는 것도 수업의 일종이었다.
뮤지컬 수업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단순히 노래와 연기를 가르쳐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좀 더 청소년의 성장에 알맞은 수업을 진행하셨다. 우리의 생각과 자아를 일깨워주시고, 무엇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셨다.
수업의 주인이 우리가 된 느낌이었다.
학교 수업은 주고받고의 관계가 명확하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우리는 듣고 받아 적는다. 수업 내내 한마디도 할 수 없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 잡담이 되고, 질문은 방해가 된다. 하지만 뮤지컬 수업은 달랐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우리의 얘기를 궁금해 하시고, 경청하셨다. 또, 얘기를 듣고는 공감하고 이해하는 게 당연하게 이어졌다. 수업의 주인이 우리가 된 느낌이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던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되는지 몰랐다. 의무와 책임을 얹을 때만 사용하던 ‘학교의 주인은 너희야’의 진정한 의미가 새겨졌다. 뮤지컬의 시나리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경험, 우리의 생각, 우리의 친구, 우리의 가족, 우리의 감정. 뮤지컬이 모두 우리로 이루어졌다는 건 마치 우리에게 ‘넌 소중해’ ‘넌 특별해’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평범한 수업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엮어 멋진 시나리오를 엮어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했다.
색다른 수업, 집단 상담
또 색다른 수업은 집단상담 이었다. 세 개의 반으로 나뉘어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다 같이 하는 상담은 혼자 받는 상담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무엇보다 부드럽고 즐거운 분위기가 좋았다. 개인 상담과 달리 엄청나게 솔직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친구를 새롭게 알아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아이였구나, 이 친구의 성향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상담 내용은 밖에서 말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여기까지만 쓸 수 있다.
합주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인지 깨달았다
기타 수업도 밝고 재밌게 진행되었다. 처음 배우는 친구들이 있어 쉽고 편한 곡으로 시작했고, 조금 실력이 있는 친구들은 같은 곡의 어려운 버전을 배웠다. 같은 곡을 함께 치는 것이 즐거웠다. 실력에 따라 다른 곡을 배웠더라면, 그런 즐거움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손을 맞춘다는 기분이, 합주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인지 깨달았다. 또,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도, 혼자라면 못했을 일을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응원이 되어 할 수 있었다. 틀려도 같이 틀리고, 멈춰도 함께 멈췄다. 내 목소리에 친구의 목소리가 겹쳐지면 평소보다 큰 소리가 나왔다. 기타수업을 들었지만 기타만 배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날 엉엉 울었다
우리는 수료식날 무대위에서 그동안 함께 했던 것을 펼쳤다. 평소보다, 연습할 때보다 못한 것 같아 아쉬었다. 부모님과 내빈들 앞에서 연극과 공연을 하니, 이상하게 자신이 더 자랑스러워졌다. 그런데...우리는 그날 엉엉 울었다. 1달 동안 우리와 하나가 되었던 선생님들과 헤어지게 되는 게 너무나 슬펐다. 친구들이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는데, 내가 연극 소품으로 준비한 곽티슈가 여기서 다 쓰였다.
나의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번 ‘꿈의 학교’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너무나 소중한 것을 깨닫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수업의 주인이 된 느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주는 큰 위로. “넌 소중해”라는 아주 강력한(?) 사랑. 합주하는 따뜻한 기쁨. 이런 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감사하고 감사하다.
이 소중한 것을 말이 아닌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 선생님께 다시 감사드리고... 아~ 벌써 친구들이 보고싶다.
조은현 중3 「파주에서」 Teen 청소년 기자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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