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간 책꽂이] 사도세자의 슬픔

입력 : 2015-11-21 13:07:00
수정 : 0000-00-00 00:00:00

 

비운의 인물 사도세자 이야기

동화 속 별이 된 뒤주 왕자

 

사도세자의 슬픔

글 이규희 ┃ 출판사 좋은꿈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사도세자 이야기가 이규희 동화작가에 의해 어린이책으로 나왔다. 이규희 작가는 그동안 역사 속 비극적 인물들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작품을 써온 작가로 유명하다.

 

단종의 비극적 이야기를 쓴 <어린 임금의 눈물>,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왕비의 붉은 치마>, 조선의 마지막 옹주 이야기 <홍유릉에서 만난 덕혜옹주>. 그밖에 현대사의 아픔 중 하나인 제주 4.3사건을 다룬 <한라산의 눈물>, 위안부들의 이야기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등 다루기 어려운 비극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동화작가의 시선으로 어루만져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작가이다.

 

‘사도세자’는 영조가 마흔둘 나이에 얻은 귀한 아들로 효종을 닮아 기개가 드높고 영특했다. 무예를 익혀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백성을 편안히 살게 하고 싶었던 꿈을 지녔던 왕자였다. 그러나 아버지 영조대왕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게 된 비운의 인물로 그동안 많은 책을 비롯하여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유아인 송강호 주연의 영화가 상영되어 관객의 호응을 얻은바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린이책에서는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졌을까. 어린이를 주 독자로 하는 아동문학은 일반문학과는 달리 특수성이 뒤따른다. 사람됨의 참모습을 추구한다는 목적의식도 있어야 하며 희망을 담아야 하는 이상성도 갖추어야 한다. 예술성을 갖춰야함은 물론, 가치관이나 인격이 덜 자란 어린이들을 위해 윤리성과 교육성도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비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게 한 임오화변 사건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선뜻 이해하기 힘든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동화의 소재로는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가장 진실되게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살아갈 이 세상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야기도 있지만 아픔과 갈등과 비극도 존재한다. 역사는 이러한 것들을 고스란히 보여줄 때 후손들은 더 나은 이상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동화 『사도세자의 슬픔』은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동화적 상상이 보태어져 사도세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부자지간의 이야기, 그리고 대리청정하던 시기의 노론 소론간의 미묘한 권력 갈등을 덤덤히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이 동화속에서는 영조의 기이한 성격이나 사도세자의 정신병이 작용하지 않는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이며 임금인 영조대왕을 예를 갖춰 잘 받들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결국 뒤주에 갇히게 되는 비운을 겪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슬픈 역사적 사건이라 해도 동화에서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캄캄한 뒤주 속에서 맞이하는 절체절명의 죽음의 순간에 사도세자는 어린 시절 동무도 만나고 자신을 보필해주던 상궁도 만난다. 말타기를 좋아하고 무예를 좋아했던 사도세자는 말의 등에 훌쩍 올라 타 뒤주 뚜껑을 박차고 자기만의 별로 힘차게 내달린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에 만나는 자신의 별은 어쩌면 죽음이라는 이름이 아닌 영원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자기만의 찬란한 별빛이 아닐런지.*  

 

 

글· 김경옥 동화작가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