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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30>"낼모레 어버이날인디 사탕이라도 한 봉다리"

입력 : 2018-05-09 10:11:00
수정 : 0000-00-00 00:00:00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 30 >

낼모레 어버이날인디 사탕이라도 한 봉다리



  한낮은 제법 햇볕이 따갑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텃밭에 찾아왔다. 모종을 심고 물을 준다. 한켠에서는 고기를 굽고 막걸리가 부족해 두병을 추가로 시킨다. 초보 농부들이 모종을 심고 물을 듬뿍 주고 있다. 몇 번이나 물 주는 방법을 일러 주었지만 안된다. 그냥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한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물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과하면 뿌리가 썩거나 호흡이 곤란해져서 생육에 지장이 생긴다. 하늘에서 주님께서 내려 주시는 비가 진짜 중요한 물이다.

냉장고에 오이가 없다.  참외를 썰어넣고 냉면을 먹는다. 옥류관 평양냉면만 못하겠지만 기분은 좋다. 평양냉면 먹으러 평양으로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집에서 개성, 평양은 지척이다. 파주가 뜨고있다. 오늘은 땅콩을 심고 토란도 심자. 뭔가 심어야 뭐가 나올것 아닌감. 분양 덜된 밭이 썰렁하다. 생강이랑 오이랑 참외 수박을 심어야겠구나.

밤새 자리를 비운 텃밭에 고라니 두 마리가 다녀갔다. 기분이 좋았는지 아님 놀랐는지 여기저기 튀어다닌 발자욱이 선명하다. 엊그제 심어놓은 상추밭 몇 포기를 냠냠하셨다. 쌈장이나 괴기도 없이 잘 넘어갔니? 술도 한쪽에 조금 준비해둘까? 무슨 술을 좋아하니? 소주 맥주 막걸리? 뭐 이왕이면 양주를 먹고 싶다구?

어머니는 고사리 두관을 허리춤에 차고 광주 말바위시장으로 좌판 벌이러 가시는 중이란다. 돈벌어 자식들 챙겨야 돼고 손자들 용돈이라도 마련해줄 생각이시다. 허리는 구십도로 구부리고 시장에서 고사리 팔고 계신 분 보면 깎지말고 많이 사 주시라. 우리 어머니시다. ㅎㅎ 아침부터 어머니 얘기하니 눈물 날라고한다. 낼모레 어버이날인디 사탕이라도 한 봉다리 보내야하나 ? 고추나 심어야겠다. 사시나무 꽃씨가 눈처럼 날리는 봄의 한 가운데다. 좋은 음악 듣고 상추들이 무럭 무럭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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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맛이나 보았을까? 산딸기

오늘은 어버이날. 아이들과 밥 한끼를 같이 먹어본지가 언제 인지 기억이 안난다. 밤늦도록 싸다니고 회사에서 늦게 오기 일쑤다. 외박을 밥먹듯이 한다. 아침밥은 당연히 못 먹는다. 대신에 몸무게가 줄었다. 일이 힘에 부치는 것이 느껴진다. 20키로 퇴비 한포대도 들기 버겁다. 오늘은 네식구 저녁 식사를 기대해 본다. 아들들아 집밥 같이 먹자. 상추 뜯어올께.

갑자기 아버지 먼저 천국에 보내신지 15년째다. 그때도 허리가 굽으셨지만 지금은 구십도가 아니라 100도는 굽으신거 같다. 팔순이 다 된 할머니, 요즘은 고사리 꺾어서 말려 파신다. 오디도 따시고 밤도 주우신다. 수십년 해온 일이다. 젊은시절에는 도시락 까지 싸들고 먼 산으로 다니며 취나물과 고사리를 꺾어왔다. 빈 도시락에는 아이들 간식으로 먹일 산딸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맛이나 보았을까? 

토종닭이 알을 품고있다. 몇개를 품는지는 모른다. 이달 20일경에는 병아리를 볼지도 모르겄다. 청계랑 청계잡종이 나올 것이다. 덩굴로 타고 가는 식물들을 심어야 한다. 동아를 심어야 한다. 3일간의 황금 연휴 기간에 밭들이 많이 정리되었다. 상추는 수확이 시작 되었고 곧 풋고추가 열리고 토마토가 지천인 시간이 돌아온다.  이달에는 고향에도 간다. 빨리 파종을 끝내자.


 

도시농부 신희곤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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