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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33> 지리한 장마철 감자와 옥수수로 허기를 달래고

입력 : 2018-07-12 12: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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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33>

 

지리한 장마철 감자와 옥수수로 허기를 달래고

 

     호박꽃 지짐

한시간을 달려야 학교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을 든든히 먹고 열심히 비포장 자갈길을 자전거가 달린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비료부대를 둘러씌운 가방이 안쓰러워 보였다. 제대로된 비옷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2교시가 끝날 때쯤 옷은 자연 건조 되었다. 대신 시장기가 몰려왔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도시락을 까먹었다. 재수없는 선생을 만나면 김치 냄새 난다며 도시락 까먹은 사람 나오라 해서 귀싸데기를 사정없이 때려댔다. 교장 선생과 마누라 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들한테서 해소했다. 페스탈로치 선서는 했는지 모르겠다. 반찬 이래야 신김치나 다꾸앙 오이장아찌가 태반이었다. 멸치는 고급이었나? 계란 묻힌 소시지가 짱이었지. 그렇게 점심을 때우듯 해치웠다.

 

점심 시간에는 우물을 찾아 수도꼭지를 마치 젖이라도 나오는 것처럼 쪽쪽 빨았다. 매점의 빵과 우유는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오십원 하던 -소시지를 넣고 튀긴뒤 설탕에 굴린 -핫도그는 참말로 침나오게 하는 물건이었다. 일부러 매점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지금 파는 핫도그 보다 백배는 맛있었다. 백원에 다섯개나 주던 고구마 튀김 먹고싶다. 상추에 싸서.

 

주번은 칠판에 종례사항을 적었다. '빵집 튀김집 출입금지'. 배고픈 아이들 다 어디로 가야하나. 산으로 들로 정글의 법칙 게임을 하듯 돌아 다니며 허기를 달랬다. 산딸기도 먹고 오디나 찔레 물고기 오이나 감자를 서리해 먹었다. 새알을 꺼내 뽕잎에 싸서 불구덩이에 넣으면 잘 익는다. 살구와 자두가 맛나게 익었겠다.

 

한창 키가 크고 밥 두그릇을 금방 해치우던 시절이 있었다. 지리한 장마철 감자와 옥수수로 허기를 달래고 쟁반에 강낭콩을 넣은 빵이라도 하는 날이면 운수대통이다. 풀을 뽑으며 옛생각에 빠진다. 호박꽃을 따서 전분가루 살짝 묻혀 호박꽃 지짐에 막걸리가 그냥 넘어간다. 이건 분명 호사다. 상추가 목숨이 풍전등화다. 감자캐서 감자전을 부친다. 갈데 없고 배고픈 영혼들은 방아깨비텃밭으로 오시라. 같이 막걸리나 한잔씩 하자. 우리의 미래와 건강을 위하여!

 도시농부 신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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