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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모든 새의 쉼터"

입력 : 2016-02-16 19:43: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는 모든 새의 쉼터"

쉼터 안의 쉼터,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를 가다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에 있는 사단법인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 전경

  

 쉴 곳을 찾아 멀리 몽골에서 파주 장단반도로 찾아온 독수리가 고압전선에 감전돼 죽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지난 2월 3일까지 10차례에 걸쳐 한 번에 1~5마리씩 모두 21마리의 독수리가 월동지 반경 500m 이내 전봇대나 전선 아래에서 사체 또는 죽어가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에 한전 파주지사는 고압 전주 150개소에 임시피복을 둘러 절연 효과를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저압 전주 150개소에는 전선을 지탱해주는 구조물인 완철을 설치해 독수리의 감전사를 방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송전선의 절연공사는 비단 천연기념물인 독수리(제243-1호)의 안전만을 위한 건 아니다. 장단반도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군부대의 경계태세가 어느 곳보다 중요한 곳이다. 독수리의 감전에 따른 정전사태는 1사단 CCTV의 오작동 원인이 되고 있으며 또한, 인근 주민들의 생활전력수급에도 피해를 끼친다. 한전 파주지사 허훈 배전운영부 차장은 "독수리가 월동을 마치고 돌아간 이후인 4,5,6월에 걸쳐 장단반도 일대의 총 연장길이 4km에 이르는 고압전선을 완전절연되는 특수피복으로 교체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부터 반복되는 독수리 감전사고에 누구보다 애를 태우며 구조활동에 임했던 사단법인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 한갑수 씨를 만나 파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의 생태와 보호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 회장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다친 새들을 구조, 치료한 후 방사하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독수리 같은 경우에는 탈진, 감전, 독극물 중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를 입습니다. 

 

독수리가 어디에서 몇 마리나 오나요?

 독수리는 한국에서 2000여 km 떨어진 몽골에서 오고 있습니다. 9월이면 그곳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많이 옵니다. 독수리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중국을 거쳐서 파주 장단반도에 옵니다. 11월부터 시작해서 12월에 수백 마리로 늘어나고 1월에 절정을 이룹니다. 제일 많을 때는 1,200마리까지 온 적이 있습니다. 보통 700마리에서 1,000마리 정도가 장단반도에서 월동합니다.

 

독수리가 왜 파주로 올까요?

 장단반도가 민간인 통제 구역이다 보니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 독수리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고 쉴 수 있습니다. 파주는 독수리뿐만아니라 모든 새에게 '쉼터'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지친새들의 쉼터는 쉼터 안의 쉼터, 즉 '야생동물의 국립의료원'입니다.

 

높은 곳에 앉으려는 습성 때문에 고압전선에 감전사 당해

 

▲파주 장단반도에 월동하러 온 독수리. 매년 11월부터 700여 마리가 몽골에서 2000km를 날아온다.

 

독수리는 무엇을 먹나요?

 독수리는 동물의 사체를 먹는데 현재는 호랑이 등 상위포식자가 없어져서 (자연상태에서는) 먹이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멧돼지라든가 고라니 등 호랑이가 먹고 남긴 찌꺼기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먹이사슬이 끊어졌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인위적으로 조금 보조해줍니다.

 

먹이를 어떻게 보조해주시나요?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먹이는 소, 돼지, 닭의 사체입니다. 예전에는 양돈장에서 돼지가 질병에 걸려 죽으면 그 사체를 얻어다 먹였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합니다. 질병이 아닌 죽음, 예를 들어 소는 날이 추워지면 고창증이라는 급체로 죽거나 새끼를 낳다가 난산으로 죽을 때가 있는데 수의사 검안을 받은 후에 독수리 먹이로 씁니다. 그 비용을 지자체나 정부에서 조금 보조를 해주는데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독수리가 한 끼에 얼마나 먹나요?

닭고기 1톤 트럭 두 대분이 딱 한 끼입니다. 닭고기 회사 '하림'에서 한 달에 4,000마리를 후원해주는데 문화재청, 한국조류협회와 MOU를 체결해서 2주에 한 번씩 약 2,000마리를 보내줍니다. 150kg짜리 돼지 다섯 마리를 주면 하루 식사 분량입니다.

 

독수리도 가족 단위로 생활을 하나요?

 독수리는 가족 단위가 없다. 무리생활하는데 밥을 먹을 때 우두머리가 오기 전에는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서열이 제일 높은 개체가 먹기 시작해서 맨 마지막 서열의 독수리가 식사를 마치는 데 한나절 걸립니다. 아침 열 시부터 식사를 시작하면 오후 네다섯 시에 끝납니다.

 

독수리 먹이를 매일 주시나요?

 그건 독수리를 사육하는 겁니다. 우리는 보조를 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합니다. 몽골의 경우에는 유목민이 낙타, 소, 말, 양, 염소 등 가축을 키우다가 죽으면 그냥 놓고 갑니다. 독수리는 후각이 뛰어나서 약 7km 떨어진 사체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그런 동물의 사체를 먹으며 살아갑니다.

 

어떻게 독수리를 보호하는 일을 하게 되었나요?

 약 20년 전에 파주에서 독수리가 독극물을 먹고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사건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전봇대에 앉았다가 감전사하는 독수리가 많나요?

 독수리는 높은 데에 앉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몽골에서도 독수리 서식지는 해발 3,500m~4,000m 정도에 있습니다. 파주에서 독수리가 높은 곳을 찾다가 나무나 전봇대에 앉게 됩니다. 독수리의 앉은키가 1m인데 전선을 움켜쥔 상태에서 위의 전선을 쪼으다보니 감전을 당하게 됩니다. 올해도 안타깝게도 여러 마리가 죽었습니다. 

 

 

 

글 정용준 기자 /사진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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