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 미디어 칼럼 <12> 법이 무너진 사회
수정 : 0000-00-00 00:00:00
윤장렬 미디어 칼럼 <12> 법이 무너진 사회
윤장열 (언론학자)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43일 만에 체포됐다. 체포 당일 윤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이라며 궤변과 억지를 늘어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합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봤다”며,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선동성 메시지를 보냈다.
내란수괴 윤 대통령이 늘어놓은 궤변의 요지는 우리 사회의 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사회는 공적인 원칙, 즉 법이 있지만 이를 서로 다른 처지에서 바라보고 있다. 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탄핵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법은 다른 법이 되어 있다. 왜냐하면, 법이 규정하는 원칙보다, 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법안을 놓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우리 사회는 지금, 법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법을 무너뜨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언론이 즐겨하는 받아쓰기식 취재 행태는 취재원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래서 피의자 윤석열이 본인의 처지에서 주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억울한 피해자의 항변이 되었다. 사실관계와 법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대통령에게 부여된 계엄 선포권과 자연인 윤석열의 인권과 자기방어권이 강조되면서 그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한편, 우리 언론이 즐겨하는 무비판적 글쓰기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 충실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광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의 분노는 경제적 불안과 고용 불안 및 사회불안의 표현이지만, 언론은 탄핵의 찬·반으로만 이분화시킨다. 다시 말해, 사회적 균형과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은 부재하고, 공동체의 분노를 정치적 사익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소셜미디어처럼 아무런 여과 없이 윤석열의 스피커가 되고,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거나 판을 바꾸려 드는 플레이어도 있다. 알고도 모른 체, 의도적인 프레임을 갖고 거짓을 거짓으로, 불법을 불법으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언론도 있다. 이태원과 채상병 사건부터 돌아선 신문사도 있고, 윤석열과 작별을 고심하는 방송사도 있다. 물론 언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의 사명을 가진 언론도 있다. 법학에서 법익을 기준으로 법률의 보호이익이 공익인 경우를 공법, 사익인 경우를 사법이라고 구분하는데, 언론은 이제 사회적 원칙과 무너진 공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공정한 세상, 소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공정이란 특정 사안을 판단하는 데 작용하는 정의와 불의에 관한 확고하고 즉각적인 통찰이다. 다시 말해, 무엇이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통찰과 판단에 근거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드러나는 역기능과 불의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관계에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원칙, 즉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