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복지소사이어티 칼럼> 탄핵 그리고 이후의 과제
수정 : 2025-01-14 09:17:53
<국가복지소사이어티 칼럼> 탄핵 그리고 이후의 과제
이상구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발표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진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고, 스포츠 경기보다 가슴을 졸이는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고, 국민들은 뉴스를 틀어놓고 밤을 세우기를 벌써 한달 넘게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 글이 지면에 나갈 때쯤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2016년 광화문 촛불혁명에서 시작하여, 그 이전의 87년 6월 항쟁과 80년 광주까지 이어지는 기억들을 따라가 가면서, 우리 세대는 참으로 역동적인 시기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지금은 절반의 성공이다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울의 봄 영화에서 보았던 12.12 군사 반란과 이후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세대들은 과거의 기억과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 때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국회로 달려가는 국회의원들과 잡혀갈 각오로 실시간 생중계를 하는 당대표, 그리고 막힌 국회 정문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가슴을 졸이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뿌듯한 감동을 불러 왔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완전무장한 특수부대의 앞을 가로막는 시민들, 아들 같은 군인들의 뺨을 때리는 중년의 여성 보좌관들, 목숨을 걸고 국회의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 그리고 민주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이들 덕분이다.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지는 못하지만, 태업과 같은 형태로 명령을 지연 수행하면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도록 시간을 벌어준 젊은 군인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다시 살아났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광주에서 희생된 시민들의 죽음이 현실에서 다시 살아나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가는 것을 막아내었다. 계엄령을 국회의 의결이라는 헌법에 명기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해제한 것은 국민들의 승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명백한 승리다.
계엄령 해제에 이어, 어렵게 여당의 의원들을 설득하여 반란 수괴인 윤석열에 대한 탄핵도 통과되었다.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나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특검법 통과를 거부하거나, 대통령 경호처의 반란을 제제하지 않는 등의 작태를 보이고는 있지만, 합동수사본부나 공수처에서 차근차근 대통령 체포를 추진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란 우두머리를 용서하는 형태의 일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한남동 대통령 공관 앞에서 밤을 새우며 체포를 독려하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답답하지만, 12.12사태처럼 우리 군인들끼리 총격전을 벌이고, 억울하게 죽은 이와 명령에 의해 응사를 했지만, 반란군으로 몰려 총살당했던 그런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고 차근차근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을 국민들은 참아줄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변론 기일을 조기 종결하고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개월 이내에 탄핵 인용 판결이 내려질 것이고, 탄핵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선거가 치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처음에 내란죄를 심의 항목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을 때 분노했던 시민들도, 조속한 탄핵 마무리를 위한 법률적 조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답답하지만, 숨을 죽이고 재판을 바라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라는 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이 다시 한 번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빠르면 4월, 늦어도 5월 대통령 선거가 치뤄지고, 대한민국은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매일이 답답하고 불안하지만, 참고 견디자. 힘이 없어서도 아니고, 방법을 몰라서도 아니다. 우리가 정한 법적 절차에 따라서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그 길이 가장 피를 적게 흘리는 방법이고,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민주국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성공을 했고,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위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녀들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설명해 주자.
싸우면서 건설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
예전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싸우면서 건설하자’라는 슬로건을 곳곳에 걸었다. 물론 집권 세력의 입장에는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남북 분단 상황을 상기할 수 있도록 만든 용어겠지만, 이 구호로 인해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고, 복지 확대를 유보하면서 전국 곳곳에 도로를 건설하고 다리를 지었다. 재벌 대기업들에게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특혜를 주고, 근로자의 희생 위에서 산업을 육성했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싸우면서 건설을 해야 한다.
무도한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보다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만으로도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국민들은 연말과 연시의 예약된 여행도 취소하고, 서민들은 잔뜩 위축된 소비를 더 줄이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한파를 넘어 혹한을 경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고, 탄핵이 결정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국내 정세는 안정화되겠지만, 그 동안 망가진 경제와 각 분야 정책들은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지 앞이 캄캄하다.
다음 정부를 누가 맡더라도, 현 정부에서 저질러 놓은 일들을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부자 감세로 심각하게 줄어든 세수와 이로 인한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과제를 뒤로 미루고, 위축된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적극적 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균형 예산을 외치면서도 감세에는 동의를 했던 기재부의 공무원들이 말을 잘 들을 가능성이 없다.
근거없이 삭감한 R&D 예산으로 연구자들이 해외로 떠난 것 뿐 아니라. 기업들에 필요한 기술 유출까지 지속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단순히 연구비를 원상 복구한다고 그 피햬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인 연구자 육성 및 과학 지원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복원하는 것도 차기 정부에서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들이 모두 중지되었고, 큰소리쳤던 원전 수출은 좌절되고 있는데, 늦어버린 이 분야를 어떻게 따라 갈 것인지 답답하다. 당장 몇 년 뒤에는 EU의 RE100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출 길도 막히게 되는데, 그 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외교는 대통령을 바꾸면서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출범을 눈앞에 둔 시점에도 아무런 대응책을 새우지 못하고 있는 외교 부분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장애 요인이 될 이 분명한데, 외교 분야에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응을 누가 준비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강행된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이번 대입 지원에서 밝혀졌듯이 이미 이공계의 초토화를 초래하고 있다. 당장 2025학년도에 입학할 신입생들에 대한 대책부터 시작하여, 전체 학년이 모두 유급된 상태의 재학생들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무너진 수련제도와 이로 인해 붕괴된 병원 진료 체계는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아무도 대책이 없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를 살펴보고, 윤석열 정부시기에 자행된 잘못된 정책들을 냉정히 따져 보면서, 또 탄핵과 구속, 수감과 처벌 등의 과정을 차분히 진행시키면서, 동시에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일을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집권당을 꿈꾸는 민주당이나, 힘을 모아야 할 조국혁신당과 야권의 협력을 구체화하여 잘못된 정책과 과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을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싸우면서 건설이 그야말로 다시 한 번 요구되고 있다.
한 걸음 뒤로, 두 걸음 앞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곧 다가 올 것이 분명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믿는다면, 다가올 시간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지난 3년을 뒷걸음쳤지만, 그 것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위한 준비였다고 생각하고, 이제 전력질주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 경제는 신산업을 유치해야 하는 과제와 더불어, 구산업을 효율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당장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등 5대 주력 산업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양자 컴퓨터의 출현과 Chat GPT 4.0 이 가져올 변화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다. 구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우리의 경제체계가 이들 신산업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소비력의 위축도 초래하고 있다. 국민들은 돈이 없어 내수가 점점 위축되고 있는데,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줄 복지제도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복지국가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낮고, 보수 언론들은 복지를 낭비라고 떠들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당면 현실에 대한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학계와 정치권이 만나고, 경제계가 참여하는 등 100대 주요 분야별로 차기 정부의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보자, 정당이 앞장서고,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SNS가 동참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낼수 있도록 준비하자. 각 분야별로 차기 정부의 과제를 수렴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계획들도 세워가자. 뒤로 물러섰던 한걸음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두 걸음이 될 수 있도록, 위기를 기회로 이 시간들을 활용해야 할 때다.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