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㉟ 어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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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
‘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시 두 편을 떠올려본다.
....(전략前略)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웃으며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伍長)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사람
인씨(印氏)의 둘째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중략中略).....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가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후략後略).
-《松井伍長 頌歌》, 달성정웅(達城靜雄) 지음, 1944. 12. 9. 매일신문.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 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옆에서》, 서정주(徐廷柱) 지음, 1947년 발표.
달성정웅은 식민지시대에 서정주(1915-2000) 시인의 창씨개명이다. 1944년에 피 끓는 29살 식민지 청년시인이 (식민종주국을 위해 전사한) 가미가제 특공대원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같은 시인이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는 한국 서정시의 대표작 하나를 썼다.
박종일(지혜의 숲 권독사)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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