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77] 정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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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正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력 역법은 고대에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다.
음력으로 새해의 첫 달을 정월이라 한다. 중국 고대에는 정월은 왕조가 바뀔 때마다 따라서 바뀌었다. 상(商) 왕조는 그 전 왕조인 하(夏) 왕조 역법에서 12월인 달을 새 해의 첫 달로 정했고, 상에 이어 들어선 주(周) 왕조는 다시 하 왕조의 11월을 매 해의 첫 달로 정했다. 진(秦) 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후에는 또 하 왕조의 10월을 새 해의 첫 달로 바꾸었고 이것이 한(漢)나라의 무제(武帝)때까지 그대로 사용되었다. 한 무제 때에 하 왕조의 역법을 회복하였고 그 뒤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들 왕조는 달의 배열 순서를 바꾸면서 첫 번째 달을 ‘정월’이라 불렀는데 ‘정(正)’이란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지난 왕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왕조를 세웠으니 열두 달의 배열순서도 바로잡아야한다는 이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진시황 때에는 역법을 바꾸면서 ‘정월’의 ‘정’ 자가 시황의 이름인 ‘정(政)’과 발음이 같아서 이를 피하기 위해 ‘단월(端月)’이라 불렀다. ‘단’은 시작이란 뜻이고 지금도 ‘단월’이란 명칭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월만이 아니라 모든 달을 그 특징적 의미를 상징하는 별칭으로 부르는 풍습이 있다. 각 달의 별칭은 여러 개지만 널리 사용되는 것 하나씩만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2월은 ‘행(杏은 살구, 살구꽃 피는 달)월’, 3월은 ‘계(季, 계는 막내. 3월은 봄의 마지막 달)월’, 4월은 ‘맥(麥은 보리, 보리가 익는 달)월’, 5월은 ‘포(莆는 창포)월’, 6월은 ‘하(荷는 연꽃)월’, 7월은 ‘신추(新秋, 가을이 시작되는 달)’, 8월은 ‘중추(仲秋, 중은 둘째란 뜻. 8월은 가을의 가운데 달)’, 9월은 ‘국(菊은 국화)월’, 10월은 ‘초동(初冬, 겨울의 첫 번째 달)’ 또는 ‘노(露는 이슬)월’, 11월은 ‘중동(仲冬, 겨울의 가운데 달)’, 12월은 ‘빙(氷)월’.
한때 우리나라의 어떤 환경운동 단체에서 달을 우리 고유의 이름으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때 제시된 달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1월은 ‘해오름 달’, 2월은 ‘시샘 달(꽃샘에서 나왔다)’, 3월은 ‘물오름 달(초목에 물이 오른다)’, 4월은 ‘잎새 달’, 5월은 ‘푸른 달’, 6월은 ‘누리 달(온 누리에 생명이 넘친다)’, 7월은 ‘견우직녀 달’, 8월은 ‘타오름 달(정열이 넘치는 계절)’, 9월은 ‘열매 달’, 10월은 ‘하늘 연 달(단군의 건국신화)’, 11월은 ‘미틈 달(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은 ‘매듭 달’..... 이름은 모두 예쁜데 오래 고착된 습관을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새해가 밝았다. ‘정월’이 시작되었다. 지난 시절에 쌓인 폐단을 청소하고 나라를 나라답게 “바로잡자면”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올해 첫 달은 남다른 정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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