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38) 지구가 겨우 6000살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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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이야기 <38>
지구가 겨우 6000살 이라고?
창간 3주년을 기점으로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는데 때마침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오른 박성진씨가 화두에 오른다. 그는 진화를 부정한다.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지구는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에 창조 되었다”.
이 주장은 17세기 북아일랜드의 아르마그 성공회의 대주교였던 제임스 어셔가 성경을 근거로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오랫동안 정설로 의심없이 받아들여졌다. 21세기에는 한국의 ‘한국창조과학회’가 이 주장에 동조하고, 이 학회의 이사를 역임한 박씨 역시 동의한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으로야 믿든 말든 상관이 없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오르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경악스럽다. 실제 지구 나이는 45.5억년으로 오차범위는 2000만년으로 알려졌다. 방사선 동위원소의 연대측정법이 발명되면서 1953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의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45.5억년으로 확정하였다. 처음의 오차범위는 7천만년 이었으나 후속 연구자들의 의심과 도전으로 2000만 년으로 축소된 것이다. 과학이란 이렇게 의심과 도전을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의심을 허락하지 않는 종교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가 ‘생활보수’라고 치부했던 뉴라이트 사관에 분노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인들은 여기에다가 과학에 대한 빈곤한 인식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실망감을 안겼다.
사실 과학기술인들의 솔직한 근심은 종교의 자유 뒤로 숨어버린 창조과학이라는 ‘의사과학’ 이다. ‘한국창조과학회’라는 단체는 양자역학의 기반 위에서 측정된 지구의 나이를 무시하고, 증거가 차고 넘치는 진화의 학문적 성과를 무시하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창조론을 교과서에 실으려 시도한다. 생각이야 자유지만 이런 엉터리 주장과 명백한 오류를 교과서에 싣고자 애쓰던 사람을 꼭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하는가? 그리하여 지구가 겨우 6000년 되었고 진화는 엉터리라는 ‘의사과학’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하는가?
9월 11일에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작성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도우미로 나서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빈곤한 철학을 드러내는 청와대를 걱정하며 박씨를 장관으로 임명할지 지켜봐야겠다. 리더에겐 합당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과학책을읽는보통사람들, 회원 허 심
사진: 한겨레신문,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성진씨는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창조과학회 이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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