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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41) 과학이 말하는 행복 그리고 그 기원 (3) : 봄날은 간다

입력 : 2017-11-01 12:11:00
수정 : 0000-00-00 00:00:00

 

과학이 말하는 행복 그리고 그 기원 (3) : 봄날은 간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은수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잘생긴 유지태가 분한 상우는 되묻는다. 2001년 개봉한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이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2001.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진화에서는 적응이라고 한다. 우리가 존재하게 된 가장 강력한 근거다. 우리는 행복에도 곧바로 적응하고 불행에도 곧바로 적응한다. 만약 내가 푸짐한 한 끼의 식사에 영원히 만족한다면 더 이상 사냥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결국 행복하게 굶어 죽게 될 것이다. 한 번의 섹스에 만족했다면 인류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 뇌에서 작동하는 상실의 고통도, 사랑의 희열도 빠르게 초기화된다. 특히 헤어짐의 아픔은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신혼부부의 사랑이 16개월이나 간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사랑이 정말 깊다는 의미일 것이다(사랑이 변한다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니 화내지 마시라. 우리 뇌가 그렇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 봄날은 반드시 간다는 사실을 극중의 상우가 깨닫지 못한다면 그는 생존과 번식에 실패할 것이다. 다행히도 상우는 호모사피엔스의 길을 걸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반드시 초기화 된다. 이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생명체들에겐 숙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행운이기도한 것이다.

행복에 대한 시시콜콜한 연구 결과를 하나 더 살펴보도록 하자. UCLA의 알렌 파르두치 교수는 '범위빈도이론 range-frequency theory)'이라는 이론을 발표한다(Parducci, 1995). 이 이론에 따르면 극단적인 경험을 한 번 겪으면,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 그 후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기준선이 높아져서 웬만한 행운으로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권 당첨자들의 말로가 행복하지 않다는 뉴스는 심심찮게 들린다. 이런 일은 상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학이란 것은 이렇게 뻔한 사실조차도 실험을 통해서 검증을 하여 확증을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제는 의심없이 믿어도 된다. 한탕의 행복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불행이다. 작고 잦은 사소함에 행복이 있다. 이제 과학이 말하는 행복을 만끽하는 두 번째 팁으로 마무리 하자.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Happini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affect'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행복의기원, 서은국>

 

(빈부격차 문제는 논외로 하고)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라면 행복이란 결코 돈에 있지 않다. 그리고 복권을 꿈꾸지 마시라. 우리 감정은 빠르게 초기화되므로 진정으로 행복을 원한다면 일상에서 좋은 사람들과 소박하지만 자주 어울리는 작은 행복들을 추구하는 것이 정답이다.

 

과학책을 읽는 보통사람들, 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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