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① 아침이슬 맞으며 땅콩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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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맞으며 땅콩을 캐다
아침 이슬 맞으면서 땅콩을 캔다. 어제 한수레 택배로 보내고 오늘 아침도 한수레 캐서 시집 보냈다. 아직 절반정도 수확했다.
용돈벌이가 쏠쏠하다. 자색 땅콩은 말려서 자루에 담아 갈무리 했다. 종자는 반찬으로 변할 것이다. 굳이 사시겠다는 분이 계시면 팔아야지. 나 혼자만 잘먹고 잘 살면 뭐할겨?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파리들이 농성중
파리들이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건다. 날이 추워지니 하우스와 콘테이너에 가득 몰려와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모여서 연애질이다. 농담 따먹기 하는 놈도 있다. 잠자리가 천적인데 여름에 지쳐 돌아가셨는지 잘 안보인다.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파리가 없다면 어찌될까? 썩는 냄새가 가득할 것이다. 파리에게 고마움을…
내가 심은 호박, 따먹는 사람은 따로
호박이 찬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시작한다. 심기는 내가 심었는데 따먹는 사람이 임자다. 에이 속상해 하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 나온다. 그냥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따갔을까? 생각하면 맘이 편하다. 호박잎도 따가시지. 호박꽃도 지져 먹으면 맛나다는데…
허수아비와 모기
며칠째 허수아비를 만들어볼까 고민만 하다가 오분만에 뚝딱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참새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 메뚜기만 논에 가득하다. 몇 개 더 만들까? 다른 사람들이 만들도록 준비만 해 놓을까? 밤새 모기와 씨름 했더니 피곤하다. 제법 머리가 좋다. 침대 밑에서 숨어산다.
큰아들 밭 일 해서 데이트하러
큰아들이 용돈이 떨어졌나보다. 밭에서 일을 한단다. 두시간동안 예초기로 풀을 베고 녹두를 뽑았다. 2만원 벌어서 여자친구 만나러갔다. 힘들다고 씩씩거리면서. 누군가 “돈 버는것은 큰 바위를 산으로 밀어 올리는 것과 같고, 돈 쓰는 것은 산 위에서 돌이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새벽녘 물 주는 것이 좋아
가물어서 물을 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래도 한낮에 물을 주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새벽이나 저녁때 주는 것이 좋다. 물을 줄때는 흠뻑 주어야 한다. 어제 먹다남은 토종닭죽을 점심으로 먹고 높은 가을 하늘을 보며 어디론가 가고 싶다. 황금들녘에 나가서 맑은공기 힘껏 들이키면 좋겠다. 귀뚜라미도 멀리 원행가자고 요란하다.
신희곤 도시농부
#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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