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영초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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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글 서명숙/문학동네/2017년 5월
5월에 초판 1쇄가 나온 후 내가 가진 책은 7월 8쇄판이다. 책을 안 읽고, 1,000권이하로도 책을 출판한다는 세태에 비추어보면 아주 잘 나가는 책이다. <시사저널> 정치부장, <오마이뉴스> 편집장을 하며 23년간 언론인이던 그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2007년 제주도로 귀향하여 올레길을 만들었다. 이 올레길 열풍으로 국민들이 ‘걷기’에 대해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되었고, 지리산, 북한산, 남한산성, 심학산 둘레길 등이 만들어졌다. 한국인이 오랫동안 좋아하던 등산과 달리 둘레길은 ‘사색과 느림’을 담은 여가생활로 정착되었다.
이렇게 국민의 삶을 크게 변하게 한 서명숙씨가 올 5월에 [영초언니]를 펴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일부러 잊으려 노력했다”는 그 시절을 소설로 풀어낸 것. 계기는 최순실이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차고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었다 한다. 순간 40여 년 전, 호송차에서 내려 “민주주의 쟁취, 독재타도!”를 외치고는 교도관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혀 발버둥치던 영초언니가 오버랩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어쩌면 박정희 시대를 정리하지 못하고 밭을 제대로 갈아 엎어 새로이 농사짓지 않았기에 뿌리내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우리가 겪은 일을 들려주고, 영초언니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한달음에 써낸 소설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국민교육헌장이 너무나 좋아서 몽땅 외고, 유신헌법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어 안심하던 던 반공소녀 자신이 대학에 진학하여 의식이 변화되고, 고대신문사에서 만난 영초언니와 자취하던 이야기. 야학, 사랑, 수배, 고문...1980년 수상한 ‘서울의 봄’, 지금 정물화처럼 앉아있는 영초언니.
우리 시대가 그저 온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음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자유기고가 박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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