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 우리는 놀이, 터로 간다 (11) 길 위의 놀이터
수정 : 0000-00-00 00:00:00
우리는 놀이, 터로 간다 11 길 위의 놀이터
기억의 발자취
우리 남편은 향우회나 동창회에 마저도 온가족을 데리고 다닌다.
나도 지난 추석연휴에 예전에 살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투어를 하고 왔다.
‘엄마와 함께 했던 곳’이라는 추억이야기가 있고, 모두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난 세월인지라 재개발 너머로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은 학교와 골목길과 놀이터였다. 놀이터에 잠깐 앉아 어린 시절 땅따먹기 하던 게 생각나서 다행이었다.
같은 길이라도 그 길을 차로 지날 때와 자전거로 지날 때와 걸을 때가 너무 확연히 다르다.
나중에 이사 온 후에야 서울 강서구는 어느새, 허준이 태어나고 살았고 동의보감을 지었던 곳으로 유명해져 허준 박물관과 공원과 도서관이 생기고 18년째 허준문화제를 개최해오고 있었다. 그곳에 살 때는 전혀 몰랐던 축제다. 각 지역에 문화원이 생기면서 이런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 행사가 많아지는 것 같다.
허준의 묘가 저기 DMZ에 있다는 사실을 두고 허준축제는 여기 파주에서 해야한다고들 하기도 하는데, 전통제사로 허준추모제가 10월 14일에 있었다고 한다.
파주에 이사와 살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정말 흥미롭다.
파주로 이사 오게 된 것은 ‘교하 盧’씨라서 교하신도시쪽으로 관심이 가기도 했고, 남편의 주 거래처가 이곳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부모님의 산소가 용미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서 개최한 옛길 탐방을 통해 수십 년간 지나다니던 용미리 가는 길이 의주대로였으며, 용미리 부모님 묘지 입구 근처에서 고려시대 왕의 별궁이었던 혜음원지가 발견되었다는 것과 외조부모님 묘소 옆도 중국 사신들이 지나다니던 성황당 앞이었다는 것이었다. 또 노씨는 조선시대 왕비도 있어서 왕족이기도 하지만 법원리 가야마을은 노씨 집성촌인데 조상은 내시였다는 것!! 이런 지역의 문화 유산과 민담 설화 지명 유래같은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더 재밌는 놀이여행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오로지 집-학교-학원 사이사이 놀이터가 전부다. 그 잠깐이라도 꿀맛일테지만.
놀이터에 가기위해 하루를 다 쓰는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
놀이, 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많다.
놀이터의 또 다른 생각
2017년 10월 28일 같은 생각 다른 축제가 여기 파주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길에서 역사를 만나는 길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옛길 걷기축제-예술과 인문이 흐르는 경기옛길 파주초등학교~ 파주향교~ 선유삼거리-는 전통체험을 함께하고 의주길 4구간을 걸으며 통일을 염원하고 세계로 향하는 길이다.
또 아이들을 위한 생각이 모이고 모여, 즐겁 go! 신나 go!
생활 속 재미있는 놀이탐험~모여라~축제한마당도 운정 건강공원 분수대에서 열렸다. 엄마와 함께 추억의 놀이를 함께하는 신나게 놀기 프로젝트로 ‘파주시생활문화협동조합-필수다’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마지막으로 파출미꿈에서 주관한 다시, 책! 출범식이 출판도시 은석교 사거리 정류장 옆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파출미꿈
‘파주출판도시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 멋진 도시가 건물들만 살아있는 곳이 아닌, 책과 미디어, 문화와 예술, 휴식과 치유, 놀이와 성장, 사람과 도시의 상생공간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범식이 있기까지 시민, 출판도시의 책방과 북샵 그리고 출판사, 언론사,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가 함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함께 걷는 책의 거리축제, 아빠와 함께 킥보드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스탬프 투어를 하며 고생했던 모든 것도 다 추억으로 남았다.
사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온다고 해서 왕복 4시간 걸려 경희대학교까지 가서 강연을 듣고 왔는데, 그 날 저녁 뉴스에 집에서 20분 거리였던 파주출판도시 열린책들 출판사 미메시스에 다녀갔더란다.
또 몇 년 전 북소리 땐 김동수 가옥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의 재밌는 강연을 들어서 좋았었다.
최근 보리출판사에서 최초로 시민워크숍으로 지은 밧줄놀이터가 생겨 아이들과 놀러오고, 보름에 달빛걷기도 하며, 파출미꿈도 하게 되었다. 보림책방 인형극장에서 독일에서 온 마리오네트팀의 공연을 보았던 것도, 사계절출판사 책 향기 나는 집에서 그림책강연을 들으며 이보나의 책을 샀던 것과 이 은석교 잔디광장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고, 텔레토비동산에서 지난 여름 텐트치고 놀았던 것 모두 모두 좋은 추억이 되었다.
괴테가 걸어던 산책로라던지, 나츠메 소세키 소설에 나오는 온천이라던지, 율곡 이이 선생이 시를 짓던 정자라던지, 박완서작가님이 고향 개풍근처 개성에 가고 싶어했고 한국전쟁때 피난처였던 여기 출판도시에서도 사셨더라면, 이번 북소리 행사 때도 많은 작가분들이 왔다 간 출판도시의 독자적 의미를 찾자면 무수히 많다.
가끔은 강타와 같은 연예인들도 이 출판도시에 있는 스튜디오에 촬영을 온다니 언젠가 한 번 쯤은 우연히 마주칠 수 도 있는 곳!
밤에도 건물라인에 LED조명으로 반짝이는, 가족 자전거가 있어 달려볼 수 있는, 테마가 다른 놀이터가 몇 곳에 설치되어있어 아이들이 놀만하다던지, 책벌레 마을버스라도 생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게[책을 노래하다]라는 파주북소리 합창단 정기연주회가 운정행복센터에서 열렸다. 게다가 공연도중 지휘자님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은 연주곡 ‘ 잘 못 걸린 짝’의 이은재 작가님이 내 뒷자리에서 함께 공연을 보았다는 것!!
작가지망생과 작가, 독자가 함께 숨쉬는 파주다.
파주에서 시인도 되어보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민통선에도 가보고, 시민기자도 되어보고, 포스터 디자인도 해보고, 놀이터 짓기도 해보았다.
파주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응원하고 후원하며 보다 더 멋진 놀이, 터가 만들어지기를 상상하고 꿈꾸며 아이들과 놀러 다니는 날들을 기대해본다.
그 길 위에 자기만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꽃 피어지고, 그 향기가 바람을 타고 전해지길.
엄마와 함께!!
#75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