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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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를 보고나서
지옥섬, 감옥섬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본에는 한국 사람들에게 지옥섬과 감옥섬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군함도다. 군함도의 정식명칭은 하시마 섬으로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 근처에 위치한 섬으로, 1940년대 조선인 강제 징용이 대규모로 이루어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섬이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에는 큰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역사의 아픔이 담겨있는 이 곳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군함도”가 지난 7월 26일 개봉했다.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벌써 관객 수 200만을 돌파했다. 하지만 관객 수와는 달리 영화에 대한 혹평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내용은 역사왜곡이다. 본래 군함도는 많은 조선인들을 속여 강제 징집한 후, 석탄 채굴을 시키며 탄광을 개발하려 했던 곳이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 말기에 패배를 직감한 일본은 자신들이 했던 만행의 증거이자 증인인 군함도 사람들을 학살했다. 조선인들의 많은 탈출 시도가 있긴 했지만, 영화처럼 많은 일본인들을 죽이고 탈출할 만큼 그들에게 힘이 있던 것은 아니다. 또한, 군함도에서 일본은 거의 일방적으로 인권을 유린했다. 그런데, 영화는 마치 돈을 벌 욕심에 한국인들이 자원하여 간 것으로 그려졌고 일본이 지불한 임금을 친일파 조선인이 착복하는 것으로 극본이 짜여져 마치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는 군함도의 참담한 현실보다 조선인들끼리의 다툼, 친일파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떨지 다소 걱정이 되었다. 이 영화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실제 한국의 역사로 받아들이고, 그곳에 있었던 조선인들의 아픔은 뭍힌 채, 일본의 인권유린이 정당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처럼 기본적인 식사와 수면조차도 유린되었던 처참한 삶! 탄광에 이 글귀를 새기는 장면만 있었어도 군함도가 시사하는 바를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슬픈 역사가 상업적으로 이용된 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군함도’라는 잊혀져가는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게 만든 점은 높게 평가한다.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전제로 유네스코는 그곳에서 있었던 아시아인들의 희생을 알릴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아직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일본은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이 된 기쁨만을 누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제국주의 사상이 얼마나 많은 아시아인들을 고통으로 몰아갔는지 기억하고 이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미래의 아시아 평화에 막대한 책임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정다은 파주에서 틴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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