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눔이다 - 2015 경기문화재단 경기북부문화예술특성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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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추억의 식당 예술로 생기를 넣어드립니다.”
지난 11월 21일, 구교하에 있는 ‘장단왕순대국’ 식당의 신장개업식이 있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북부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파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흥식, 엄상연 두 작가가 오래된 식당을 새로이 꾸미고 이것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였다.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이니 한적하기만 했던 식당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장단왕순대국’ 식당은 파주 교하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노부부가 18년 동안 운영해 온 곳이다. 솜씨 좋은 주인할아버지와 아들이 난간에서부터 벽지까지 어느 것 하나 남에 손 빌리지 않고 직접 꾸민 곳이라 전문업체에 작업한 여느 식당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전엔 서너 명의 사람을 두고 운영했을 정도로 번창했을 때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에, 신도시 개발바람까지 더해져 이젠, 아는 사람만 간간히 들르는 손님 귀한 식당이 돼버렸다.
이런 ‘장단왕순대국’식당을 다시 꾸며 드리고 싶다고 먼저 말한 건 이 지역 아티스트들이었다. 낡고 오래된 물건 밖에 없지만 추억이 담겨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생기를 넣어 드렸으면 좋겠다고, 늘 맘 좋고 인심 좋은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난 경기문화재단 ‘경기 북부 특성화 사업’ 공고에 사업신청을 하여 지역 아티스트들의 착한 생각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동안 두 아티스트의 노력으로 20평 남짓 작은 공간은 갤러리 식당으로 탈바꿈 하였다. 작가들의 설치 작품에 노부부 가족들의 그림 그리고 쌈지어린농부들의 고사리 손으로 그린 그림까지 더해져 세월에 빛 바랜 식당에 다시 생기가 생겨났다. 더욱이 좋았던 건 새것으로만 하는 리모델링이 아닌 추억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그것에 어울리는 단장을 하여 노부부에게도 편안한 공간이 되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 ‘장단왕순대국’식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역 아티스트’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이번 사례가 ‘도시 재생 사업’의 또 다른 방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도시 재생 사업’은 관과 건설 및 설비 회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라도 주민 참여와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를 넓힌다면 수천억 원에 예산이 좀 더 필요한 곳에 그리고 경제 발전만이 아닌 문화예술, 더 나아가 주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에서 지역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도시 재생 사업이 좀 더 많아지길 응원해본다.
논밭예술학교 큐레이터 홍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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