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이제는 마을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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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있는 삶’, 문발동의 주민합창단 ‘파노라마’
▲문발동에 사는 회원의 집에 모여 파노라마 합창단이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세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박경희(42세)씨는 노래모임을 시작한 이후 남편과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노래를 핑계로 남편들의 단체톡 방에 아내들도 합세하면서 동네 소식, 생활 정보도 공유하고 수다도 더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힐링을 위해서는 마을을 벗어나서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여자들은 여자들 끼리 남자들은 남자들 끼리 술을 마시거나 당구를 쳤거든요.”
노래모임을 시작하면서 마을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면서 회복의 시간이 되었고, 이웃의 유대는 물론이고 당연히 가족의 화목함도 확연하게 늘었다고 자랑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탈서울을 한 사람들이 도농복합도시인 신교하를 선택했을 때는 마음속에서 이런 마을을 한번쯤 꿈꾸었을 것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 중에서 교하도서관의 이정은씨와 함께 문발동 골목의 바느질 공방, 목공 공방, 가죽 공방 등이 참여해서‘짝작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골목의 커피집, 편의점, 음식점 주인들도 가세하여 4년 전부터 해마다 봄가을로 ‘골목잔치’를 벌이고 있다. 골목잔치는 공방의 체험프로그램과 벼룩시장 그리고 골목 상점들의 참여로 작은 골목축제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서 아이들에게는 골목친구가 생기고 어른들도 더불어 동네친구가 생기면서 퇴근 후의 삶이 넉넉해졌다.
“문발동으로 이사와서 행복지수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삶이 풍성해졌죠.”
▲노래 연습에 앞서 화음을 맞춰보고 있는 파노라마 합창단의 모습
‘파노라마’의 ‘라’는 ‘라온’을 줄인 것으로 ‘즐겁다’ 는 뜻의 옛말이다. ‘파주에서 노래하는 라온 마을 사람들(이하 파노라마)’ 이라고 이름을 짓고 합창을 시작한 것은 작년 초여름이었다. 이름이 좀 억지스럽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래하는 즐거운 마을 사람들’ 이라는 표현은 이들에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합창이었을까?
“저는 노래를 별로 안 좋아해서 퇴출 영순위입니다” 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윤식(50세)씨.
“화음을 넣다보면 서로를 배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목소리가 되요. 그렇게 합쳐진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요.”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해 하는 산이 아빠 박상희(46세)씨.
“학교에서는 이제 화음을 넣는 합창은 안 해요. 더군다나 국어선생님이 참여할 수 있는 합창단은 없어요.” 합창을 너무 좋아하는 박회경(46세) 국어선생님.
“원래 음악 듣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체험하는 합창은 처음입니다. 노래의 한 파트를 직접 담당하여 감상의 경험이 아니라 직접체험을 하는 것이라 더욱 행복합니다. 직접 부르는 노래, 그리고 함께 부르는 떼창이 피를 끓게 합니다.” 새로 이사 온 신참 이웃 정종희(49세)씨.
“워낙 못 불러서 지도편달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측은지심이 들어서요. 호호호.” 합창단의 막내 박은선(40세)씨가 해맑게 웃는다.
저마다 참여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다른 목소리들이 어울려 화음을 이루고 아름답게 공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들도 악보의 한 파트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살고 있지만 한마을에선 이렇게 합창곡처럼 공명을 하고 있었다.
파노라마 사람들은 ‘동네’라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제는 그 ‘동네 문화’가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되먹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아파트라는 수직적인 주거공간 속에서 이웃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낯설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동네에서 위로받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다면 팍팍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파노라마‘는 불협화음을 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노라마가 만들어 내는 화음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은 이들이 가고자 하는 ’마을’ 의 길이다. ‘마을이 있는 삶’의 꿈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글.사진 허심 시민기자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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