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식물 옮겨만 심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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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식물 옮겨만 심으면 끝?
말라죽어도, 싹 못 틔워도 관리 책임 묻지 않는 현행법 문제
▲층층둥굴레 대체서식지 안내판에는 240㎡ 부지에 3,500주가 이식되었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 황무지처럼 변한 대체서식지에서 층층둥굴레를 찾아보기 힘들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시민생태조사단에 따르면 이식된 25,000주 중에 살아남은 개체는 100여 개체에 불과하다.
작년 9월 문산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대체서식지로 이식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인 층층둥굴레가 대부분 말라죽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행법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층층둥굴레는 주로 강이나 하천의 수로변 모래땅에 무리 지어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주로 강원도와 경기도 파주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서식환경 파괴에 따라 개체 수가 크게 줄어 16종의 둥굴레 종류 중 유일하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월롱면 소재의 새마을백석교와 주월교 남단 하천제방에 있는 대체서식지 안에는 잡풀만 무성하여 3,500주를 이식하였다는 안내판이 무색한 상황이지만, 불과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자연 상태의 대조군에서는 싹을 맺은 개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일 실행한 파주환경운동연합 시민생태조사단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이식한 2만 개체 중 불과 100여 개체만 싹을 틔웠을 뿐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의 정명희 국장은 “대체서식지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용역 직원이 무리하게 개체 수를 맞추기 위해 줄기를 조각내어 꽂아놓았다”고 주장하며 사후 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환경보존용역을 담당한 A 업체 측은 아직 안정화 시기여서 이식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층층둥굴레를 옮겨 심는 과정에서 일부 뿌리가 손상된 개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이식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일부 시인했다.
▲층층둥굴레 대조군 비교 (사진 왼쪽)대체서식지에는 잡초 사이에 꽃을 피우지 못한 개체가 숨어있는 반면, 대조군이 군락을 이룬 곳에는 잘 자라고 있는 층층둥굴레(사진 오른쪽)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체서식지로 이식과정 및 사후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한편 공주대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는 “이식을 제대로 했으면 정상적으로 발아가 되어 싹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싹이)안 올라온 건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라고 말해 뿌리만으로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층층둥굴레 이식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일 파주환경운동연합은 한강유역환경청에 사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업체 측의 관리 방법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했지만 현재는 대체서식지에 옮긴 멸종위기 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도 옮긴 업체를 처벌할 수 법적인 장치가 없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개발과정에서 멸종위기 생물이 발견되어도 개발주체는 ‘대체서식지’를 면죄부로 활용하기 때문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https://youtu.be/KOs3Czk5CPc 링크를 클릭하면 대체서식지 현장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글 · 사진 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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