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 개성공단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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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 개성공단 ‘유턴’
개성공단 중단…파주경제 한파주의보
설 연휴 마지막날 10일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했다. 11일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우리 기업의 재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입주업체 124개와 하청 5천여개 업체, 20여만개 일자리가 얼어붙어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으로 입주기업 124개 중 상당수는 개성공단에만 공장을 두고있어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고, 입주기업이 무너지면 협력업체 상당수도 연쇄 도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입주기업의 협력업체는 5,000곳에 달해 개성공단 중단의 피해는 20여만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병신년 새해 벽두에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찬바람이 파주시민들에게 더욱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
개성공단 물류센터 물거품
더구나 파주에 건설될 계획이던 개성공단 물류센터도 물거품 될 공산이 크다.
12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만든 개성공단상회 협동조합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남녀의류, 속옷, 양말, 아웃도어 의류 등을 판매하는 점포를 작년 9월 안국점, 북한산성입구점, 진주점 등에 열었고, 고양시 킨텍스에 의류 브랜드 ‘시나브로’(교황이 선택한 브랜드로 유명) 단독 매장을 열면서 개성공단 상품 판로를 의욕적으로 개척하고 있었다. 이 협동조합은 ‘교통여건이 좋은 자유로 인근 파주에 16만5000㎡(약 5만평, 1,000억원) 규모의 개성기업 전용 물류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주)조민포장
개성공단 중단이 파주에 미치는 영향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파주기업은 6곳이다. (주)조민포장, (주)픽시스, (주)하이로이앤피, 대풍시계밴드, 투라인가드뱅크, 홍익산업, 6곳이다. 모두 중단 조치에 어찌할 바 모르는 상태였다. 경기도나 파주시 모두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협력업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수치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할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예요”라는 목소리(H기업)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통신이 불허된 상태라 남측 사무소와 개성공단 공장간 인터넷도 되지 않았기에, 갑작스런 중단조치에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물품이 얼마인지, 재고와 원자재가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어 피해액조차 계산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얼마나 애가 타겠는가?
입주업체만이 아니다. 라면이나 생필품을 개성공단에 조달하는 D유통업체의 경우는 결산조차 하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피해가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설 연휴 직후라 아무 자료도 없어요. 보상을 한다해도 요구할수 조차도 없어요.”
문산 지역에는 부산이나 대구가 본사인 기업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의 숙소를 마련해주거나, 개인적으로 임대해서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구나 문산 인근 지역에 창고를 얻어 물류창고로 쓰던 업체도 있어 임대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택배회사. 특히 경동화물의 낙하리 지점은 대부분 개성공단으로 가는 물건들이 보관되던 곳이었다. 택배와 화물차의 통행이 끊겼으니, 문산지역에서의 소비도 줄어들 것이다.
▲(주)픽시스
“그냥 하루아침에 닫았어요” 개성공단 P입주 업체 대표의 말
“대체 방법도 없어요. 홍콩에 있는 중국 사장이 급히 들어와서, 급한 거래처를 해결하고...
어제부(2월 13일)로 경쟁업체에 물품을 각서를 쓰고 모두 넘겼습니다. 매출의 40% 차지하던 일을 다른 경쟁업체로... 기술력을 10년 동안 키워왔습니다. 외국바이어도 우리에게 맞출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로... 2공장 부지를 구입해서 지으려 했으나, 설계까지 끝났는데, 5.24조치로 멈추라해서 눈치 보면서 그냥 두고 있었지요. 당황스러워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그냥 하루 아침에 닫았어요.”
오랜 세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했던 한 기업가의 목소리는 무척 떨리고 있었다.
젊은기업 (주)인피노 박지훈 대표
▲박지훈 대표
인피노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대선테크에 간판 관련 제품(네온채널 등)을 주문 제작 판매하는 업체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기계와 원부자재 등이 묶여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20%정도는 파주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상태여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 회사인 대선테크는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210명이 근무하는 업체로 생산라인이 개성 이외에 없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
“전혀 대비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컸습니다. 비밀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대비했다면 1달이든, 2달이든, 단 1주일이든... 차단될 것이다는 언질을 주었다면 상당부분 피해를 줄였을 것입니다. 그런 준비 없이, 구정 연휴 기간에 차단되었으므로 대비도 못하고, 손을 쓸 수도 없었다는 것이 문제죠. 저희는 여기 공장이 있어서 10%나 20%나마 대응이 되고 피해가 크지 않지만, 저희 아버지 회사는 100% 대응이 안되는 것이죠.”
박지훈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은 피해가 적은 편이고,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을 대변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개성공단 업체들은 수출을 많이 하고, 규모도 크고, 거래 업체도 많으므로 인피노에 비교가 안 될 만큼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안되어 USB 들고 개성공단 찾아야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낮은 임금이라는 잇점을 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통행, 통관, 통신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아서 크게 성공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개성공단 업체들의 중평이다. 통행, 통관, 통신이라는 3통 문제는 개성공단 입주때부터 문제제기 되었지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유선 전화와 팩스로만 연결이 되고 인터넷이 안되니 사업상 애로가 많았다.
“정부의 의도까지는 알 수 없지만, 활성화되는 데는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입니다. 통행, 통관, 통신 부분 3통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해결되지 않았지요.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주문 받아 생산하는데, 간판 제작은 시안이 들어와야 제작을 합니다. 인테넷이 되면 바로 제작이 가능한데, 항상 USB를 들고 개성으로 들어갔어야 했죠. 그러니 단가적인 부분에서는 유리하지만, 납기 문제 등은 어려웠습니다. 제작 날짜도 더 걸리고, 완성품을 들고 나올때도 3일전에 신청해야 통관이 되니.... 인터넷의 경우, 남측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PC방을 만들어 이용하도록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조차 안되지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 진행될 수 없는 건가요?
“제일 안타까운 것이 경제적인 부분과 정치적인 부분이 독립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입주했는데...그런 부분을 혼돈해서 생각하고...실제로 영향을 받잖아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문을 닫게 된 것이잖아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 진행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해요.”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된다해도 개성공단이 문을 닫게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경제적 활동 영역으로 개성공단은 남북간 대화와 평화의 끈이었고, 이 실마리 마저 내버리자는 사람은 없었다.
정부의 조치로 타격을 받았으나 지원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피해를 보았다 해도,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 라는 문제가 있고, 국민의 세금을 쓰는 문제이므로 여론이 지원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끈을 놓치는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
개성공단 폐쇄가 철회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재가동할 때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지 라는 믿음이 있어서 다시 시작했던 것이죠. 그런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앞으로 정치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끈을 놓치는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었기에 시작한 것이죠. 앞으로는 얼마든지 정세와 정치적인 여건에 따라 막힐 수 있고, 그것을 누구든 막을 수도 없고, 대처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죠. 이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입니다. 법적으로 약속을 한다해도 손 쓸 수도 없는 것이고. 세 번째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은... 저희는... 다시 개성에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평화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었고, 그 믿음이 커져서 더 큰 개성공단이 북한 곳곳에 세워지길 바랬다. 10여년간 닦아왔던 그 기적의 공간에 불이 꺼졌다.
독일 통일에 기여한 에곤 바르 전 특임장관은 개성공단 설명을 듣고 무릎을 탁 치면서 “한국형 통일 모델입니다. 개성공단만 쭉 따라가면, 중간 중간에 경제 통일을 만날 것이고, 그 종점에 통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독일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라며 우리 민족의 창의성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선생님 통일이 뭐예요?]에서 인용).
그 찬사를 받던 개성공단이 정말 유턴해도 되는 것일까?
글 임현주 · 사진 박찬우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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