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58) 장터 원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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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맛있는 집
“국수 언제 먹여줄 꺼야” 라는 말을 우리는 “결혼 언제 할 꺼야”라고 알아듣는다. 그 옛날 밀은 매우 귀한 음식재료여서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혼례 등의 잔칫날에 특별히 먹는 별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국수의 모양이 길어서 장수의 뜻을 담고 있으니 돌, 수연, 회갑잔치에 오신 귀한 분들의 음식대접에 필수였다. 아직도 비싼 호텔 결혼식장의 양식 코스의 마무리도 잔치 국수인걸 보면 누구든지 좋아하는 음식임이 틀림없다.
이 국수를 맛나게 내어놓아 소문난 집을 찾았다. 탄현면 갈현리에 있는 이 가게는 밖에서 볼 때 눈에 띠지도 않는 허름한 간판을 이고 있다. 그래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것은 멀리서도 이 집을 찾아온 많은 자동차덕이다. 점심시간 전후에는 사람이 붐벼서 기다려야한다. 기다린 보람만큼이나 국수가 푸짐하게 나온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날 듯 양도 많지만, 맛도 일품이다.
이 집의 맛 비결
원조 국수 집의 맛의 비결은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다. 우선 멸치국물 육수를 내는데 뒷마당에 가면 항상 비늘이 퍼렇게 반짝이는 신선한 대 멸치를 채반에 담아놓아 바람에 비린내를 날린다. 찬물을 붓고 양파, 대파, 대파의 뿌리까지 넣어 끓인 육수가 이 집의 중요한 맛비결이다.
더 중요한 건 국수 삶기이다. 팔팔 끓인 물에 국수를 세워 넣어 붙지 않도록 저어주면서 삶는데 한번 끓어 오를 때 마다 찬물을 부어 주어 다시 끓이기를 두 번하여 국수의 찰기를 준다. 찬물에서 박박 주물러 여러 번 헹구어 낸후 투명하게 잘 삶아진 면을 채반에 건져 낸다.
딸 부자 집 넷째 딸은 사장님
이 집은 다복한 칠 남매의 딸 부잣집이다. 아들 둘에 딸 다섯인데 넷째 딸이 사장이다. 그 옛날 100여 년 전쯤 이 장소에서 할머니가 털내기를 파셨다고 했다. 털내기는 미꾸라지나 민물고기를 잡아서 수제비나 국수를 넣어 매운탕처럼 끓인 것을 말한다. 요즘엔 털내기란 말을 들어보기도 힘들다.
넷째딸 정문희씨는 친정에 오면 어렸을 적 먹었던 할머니 음식이 그리웠단다. 오래도록 가게 가 비어있었는데, 집에 오면 그 가게가 눈에 어른거렸다. 그래서 아버님께 국수가게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뭘 만들어도 간을 딱 맞추는 손끝 야무진 넷째 딸이니 아버님이 기꺼이 승낙 하셨다. 벌써 칠 년 전 일이다. 그 사이에 아버님은 돌아가셨다.
정문희씨가 가게를 한다고 하니 언니들이 도왔다. 점점 일손이 부족해지니 지금은 남편은 물론이고 다섯 딸들과 조카들까지 주말엔 식당 일을 돕는다. 참 아름다운 정경이다.
요즘은 이웃보다 못한 가족들이 많다. 핵가족이라는 말은 이미 구시대이고 혼 밥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누구든 혼자여서 바쁘고 외롭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식구들이 모여서 만든 음식이어서 그런지 푸짐하고 알차서 다녀가신 모든 손님들이 모두 감동한다.
옛날 집 그대로인 작은 식당이어서 정겹고, 찐한 멸치육수국물이 집에서 먹는 맛이어서 반갑다. 두부, 부추, 배추, 돼지고기 듬뿍 넣은 만두소가 꽉찬 만두도 일품이어서 만두하면 이 집이 떠오를 정도이다.
사람 향기나는 가족애
사람마다 먹는 양이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복스럽게 소담스럽게 나오니까 “더 먹어라, 잘 먹어라”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무한 정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보통 식당을 열면 재료비 따지고 인건비 따지고 임대료를 생각하는데 모든 것을 무시한 채 털래기 파셨던 할머니. 할머니가 하시던 그 식당 그 자리에서 온식구가 할머니의 마음을 이어 찾아오신 손님들께 정성을 다한다.
보기 드문 가족애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귀감이 되어 사람 향기 나는 식당으로 널리 널리 알려지기를 고대한다.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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