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60) 손가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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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도예 작가의 가든 갤러리
10년 전 쯤에 헤이리 근처에 작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고 하여 자주 갔었다. 평소 잘 아는 작가님들을 만나 반가웠고, 여러 곳의 작업실을 둘러보며 가슴 찡했던 공간이었다.
스스로 만든 그들의 열악한 둥지가 안쓰럽지만, 곳곳에 치열한 작가정신이 번득이는 곳. 지금도 12명의 작가가 사는 그 마을에서, 기쁘게도 ‘손가주방’이라는 맛집을 우연히 찾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아왔지만 이 곳 손창귀, 김영은 부부작가의 작업실은 여전했다. 빛나는 오월이어서인지 정원에는 꽃나무들과 어우러진 손 작가의 ‘사람, 새, 물고기’ 작품과 김 작가의 ‘양’(양 모습 작품)과 작은 오브제작품 등이 잘 어울렸다. 그 모든 것이 전시된 마당은 영락없는 가든 갤러리이다.
안채 식당이랄까? ‘손가주방’이라고 직접 쓴 글씨도 멋지다. ‘손가체’라고 부를까?
해물 우동 전골집
이 집 우동과 오뎅은 예전에 먹어봐서 잘 안다. 어느 집 우동 면인 줄 알아맞힌 경험도 있으니까. 이번에 또다시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 ‘역시 작가는 작가다 ’라고 무릎을 쳤다.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재료의 제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한 노력이 맛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우동은 면 맛이 중요하다. 졸깃졸깃한 찰기와 통통한 탄력성의 정도, 면의 향이 우동의 완성도를 이루는 90%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 집 영업 비밀을 알려주었다. 물론 냉동 면은 해동이 중요하지만, 면을 삶을 때 느타리버섯을 같이 넣어서 끓이는 것이 비법. 면에 따라 다르긴 해도 훨씬 졸깃하고 덜 퍼진다고 한다.
제일 잘나가는 해물 오뎅 전골은 역시 소문날 만한 맛이다. 온갖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있어, 한 가지씩 건져먹다 보면 밑에 우동면이 가득 깔려 나온다. 우동은 일본 음식이어서 면과 함께 먹기는 좋지만, 국물만 먹기엔 우리 입에 좀 짜다. 국물 문화를 즐기는 우리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느껴 고민하던 작가는 개운한 국물의 전골 형태로 우동을 재창조했다.
해물볶음 우동과 양지 샐러드 우동
해물 볶음 우동과 양지 샐러드 우동 역시 각각의 취향대로 맛이 다르다. 해물 볶음 우동은 문어, 새우, 홍합 등과 야채를 우동과 같이 넣어 볶아내는데 맛있는 태국의 팟타이 느낌도 난다. 양지를 잘 삶아 편으로 썰어 우동과 야채를 버무려 먹는 샐러드 우동은 깔끔하다. 뭔가 허전할까 싶어 질 좋은 쇠고기를 양념 넣고 다져서 오븐에 구워 낸 바싹 불고기도 별미이다. 꼭 밥이 없으면 안 되는 이들을 위해 만든 멸치 볶아 만든 ‘손가밥’은 아이들도 좋아하며 곧잘 먹는다.
예술도 나눔, 음식도 나눔
모든 게 다 통하나보다. 예술을 하듯이, 요리를 하듯이 작가들의 열정은 어디에서든지 그 힘을 발휘하나보다. 전업 도예 작가로 살고 싶었지만 부부가 작업만 하기엔 힘드니 ‘눈 딱 감고 십 년만 내가 만든 그릇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오랜 콜렉터인 식당 회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기탄없이 우동과 오뎅에 대한 모든 중요한 비법을 전수해주신 게 큰 힘이 되었다.
음식을 만드는 게 재미있고 그리고 고맙다고 한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손님을 볼 때마다, 내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느낌과 똑같단다.
신이 만든 자연만큼 감동을 주는 건 없다. 인간이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은 예술이 아닐까? 예술 또한 나눔이다. 예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큰 감동을 준다. 밀레, 베토벤, 존 레논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손 작가님은 도예 작품으로, 음식으로, 나눔을 한다. 전업 작가로 남을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잡도록 10년동안만 한다는 이 식당에 자주자주 우동을 먹으러 가야겠다.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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