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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61) 농부네

입력 : 2017-07-02 2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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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좋아하는 식당

작은 마을의 시골살이는 어느 집 부엌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여서 만드는 비법은 다 몰라도 어떤 무슨 재료를 사용하는지는 시시콜콜 저절로 알게 마련이다. 그래서 외지 식당을 찾을 때면 현지인에게 조언을 들으면 실패할 일은 거의 없다. 그 동네분들을 추천을 여러 번 들었으나 2년 만에 비로소 ‘농부네’를 찾게 되었다.

파주 적성면 감악산로에 ‘선녀와 나무꾼’ 부부가 운영하는 두부요리 전문점 ‘농부네’다. ‘농부네 콩맛’이라고 써진 돌조각품이 주차장 입구에 서 있다. 왠지 이 집 콩 맛은 콩다운 콩 맛일거라는 비장한 기운의 느낌을 받는다.



 

돌아온 진정한 농부

안주인 이순남씨는 후덕한 느낌의 함박꽃 같은 미소를 짓고있어 마주 앉아 하루 종일이라도 이야기 나누고픈 여인이다. 바깥양반은 옛날부터 누구나 좋아하는 ‘막걸리’라는 별명을 가졌듯이 인상 그대로 털털하고 사람 좋기가 그만인 건강하고 유능한 농부이다. 생각보다 농사를 아주 크게 짓는 적성면의 대표 농부이신지라 기대만큼 내용도 훌륭하였다.

태어나서 농사를 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밖에서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쓴맛도 보고 그래서 외지 생활을 접은 건 IMF때 였다. 처음 시댁에 들어와 마당에 가마솥 걸고 시어머님께 두부 만드는 일을 배웠단다. 억지로 하자니 재미도 없었지만 그런데 어쩌랴 시골농사는 가을이나 돈을 만져보니 그렁저렁 하다 조금씩 욕심이 생겨 이곳 가게 자리로 옮겨15년 째 영업 중이다.

처음엔 부모님을 돕기만 할 심산이었지만 이보다 더 맞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농부의 진정한 가치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물을 키워내는 공정한 마음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건강하고 유능한 농부로 변해 버렸다. 겨울엔 농사지은 콩으로 음식을 만드느라 농사철만큼이나 바쁘다. 이 집 가게 벽면에 붙인 콩농사 사진들, 메주 만드는 사진들, 청국장 띄울 콩을 삶고 발효시켜 갈무리하여 포장하는 일까지 콩에 관한 모든 사진들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그렇게 자신이 농사지은 콩으로 음식을 직접 만드니, 그에 깃든 정성과 맛을 말해 더 무엇하리.



 

농부네 콩맛

이 집의 두부 맛은 참으로 안정적이다. 너무 단단하여 두부 맛을 못 느끼게 하지도 않으면서 슬쩍 눌러 찰랑찰랑하다. 두부 맛을 못 느껴 살짝 아쉽다. 그런데 이 집 두부는 구수한 맛과 향이 무척 좋을 뿐 아니라, 딱 맞게 부드러운 두부만의 본질을 그대로 잘 지켰다고나 할까.

들기름에 노랗게 구워온 두부 구이, 새우젓찌개, 순두부, 콩비지, 청국장, 그리고 여름별미인 고소하고 쫄깃한 콩국수맛이 어디에 내놔도 ‘엄지 척’ 할 수밖에 없다. 두부가 운명적으로 다가왔다는 농부의 아내는 음식점 안주인으로 지금은 찾아주는 손님들이 고맙고 반가워 조금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한다. 이제는 일을 즐기는 경지에 올랐다면 지나친 자부심일까?

이 집 농사 규모가 크다 보니 김장배추며 무, 고춧가루, 서리태, 백태 등 농산물도 팔고 있다. 청국장 된장은 오랜 단골손님들이 인기품목이다.

조물주가 만든 물 공기 햇빛에 우리는 한 번도 고마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 매일 먹는 밥과 김치 반찬등도 누구의 노고로 편하게 앉아서 먹는지에 대하여 한 번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시도 없으면 살 수 없는 물처럼 공기처럼 먹을 것을 지어주는 농사짓는 농부가 조물주 다음으로 위대하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농부처럼 살아야한다. 아니면 농부를 부러워하거나 미안해하거나 아니면 농부를 존경하던가!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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