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62) 꽃보시 마음, ‘밤골 즉석 메밀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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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가득 핀 꽃밭 식당
금촌에서 탄현면쪽으로 평화로를 가다보면 풀무골 삼거리를 지나 대방아파트 입구 전에 GS칼텍스, 막국수집, 해장국집, 자동차 정비소 등 몇 몇 상가가 있다. 이 곳을 지나노라면 대로 옆에 텃밭인지 꽃밭인지 모를, 누구든 예쁜 꽃 보고가라는 듯 접시꽃이 잔뜩 피어있다. 그곳이 궁금해 일부러 갔다.
작년 이맘 땐 빠알간 주먹처럼 푸짐한 ‘주먹 맨드라미’, 가닥가닥 쪼개진 ‘개맨드라미’,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 끝이 뾰족한 ‘불꽃맨드라미’, 맨드라미만 그득한 그 밭에서 잠시 잘 놀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접시꽃과 백일홍이 한창이다. 누구색이 더 짙고 아름다운가 경쟁하듯 피었다. 꽃밭주인이 바로 ‘밤골 즉석 메밀 막국수’ 식당의 이범희 사장님이시다. 꽃밭을 보니, 한 가지만 봐도 열 가지를 안다고 이사장님의 음식이 손금 보듯이 눈에 훤하다.
파주에서 군복무하는 아들 자주 보려고 막국수집 시작
참 특이하다. 이곳에서 막국수 집을 연지는 4년째인데 혹 파주분이냐고 물었더니 아니시란다. 아들이 파주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자주 보고 싶어 새로 지어진 건물 1층에 막국수 집을 하게 되었다 한다. 아들 사랑 절절한 이 이범희사장님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긴 우리 부부의 연애 시절을 떠올리니 이해가 되긴 했다. 간절히 보고 싶으면 다 이루어진다! 그래서 아내가 근무하던 학교근처의 부대로 보직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흐흐흐~
그날 그날 면과 육수 만들어, 저녁에 그냥 가는 손님 있어
크지 않은 아담한 이 집 음식 맛은 깔끔하고 정갈하게 맛있다. 특히 막국수 국물 맛은 일본식 모밀국수의 맑고 찐한 가츠오부시의 맛이 많이 나고, 메밀 면은 강원도의 어디쯤에 직접 농사지어 방금 갈아 국수틀에서 뽑아낸 메밀향 짙은 면 맛이랄까 향이 짙고 찰랑찰랑 매끄럽다.
요즘 막국수 집의 육수 맛이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밤골 국수집’은 식당 한곳에서 온갖 정성으로 육수 만들고, 면 반죽하여 그날그날 오신 손님께 접대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저녁 장사 전에 음식이 동이나 손님이 그냥 가시는 불상사가 이 여름에 있단다. ‘봉평 메밀 막걸리’도 있는데 금방 삶아낸 돼지 삼겹살 수육에 갓김치 파김치, 겯드린 안주가 그만이다.
“감사해서 면사리는 무한리필”
이 식당 안에 크게 써 있는 문구가 또 특이하다. “맛있게 드시는 고객께 감사드리고 1인에 한하여 면사리를 무한리필 해드립니다. 또 곱배기는 따로 추가요금을 받지 않으니 양이 부족하신 분은 미리 말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 문구에 사람들이 “다들 곱빼기 시키지 않나요?”라고 다시 물어도 이사장님의 말씀은 똑같다. ‘서두르지 않고 제 때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그저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고마운 말씀뿐이다.
다섯 자매의 힘
무엇 하나 섞지 않은 깔끔한 콩 맛
면을 무지무지 좋아해서 콩국수도 만든다고 한다. 이 집 메밀콩국수맛도 담백하다. 가끔 고소한 맛을 내려고 참깨와 땅콩을 넣어 갈아 만든 고소한 콩물을 내는 집도 있지만, 이집 콩물은 무엇 하나 섞지 않은 깔끔한 콩맛이다. 친정어머님 비법으로 잘 삶은 콩은 소금으로만 간을 해도 좋기 때문에 오로지 콩으로만 콩물을 내린다한다.
다섯 딸들이 돌아가며 식당일 도와줘서 사장님만의 엄격한 잣대를 원칙으로 고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보니 단골이 생기고 저녁에 면이 동나기도 한단다.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음식을 만드시는 것 같다. 옆에 널찍한 밭을 얻어 농사지어 반찬을 챙기지만, 꽃농사도 지어 하루에도 수천 명이 지나다니는 큰길가에 ‘꽃보시’를 하는 이범희 사장님! 그의 이런 심성을 보고 ‘음식이 어쩌네 저쩌네’하는 것이 오히려 우습기 짝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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